[이 아침의 시] 고정관념 이서하(1992~)

입력 2020-05-24 17:28   수정 2020-05-25 01:38

한 남자가 길을 묻더군. 종이 위에 건물과 도로를 그려줬지. 지도를 주려고 하자 남자는 택시를 타곤 가 버렸어. 가방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지도를 보는데 이상해, 지도에 그린 도형의 조합이. 가만 보니 내 이름이잖아.

시집 《진짜 같은 마음》(민음사) 中

한 남자가 나에게 길을 묻고, 나는 종이 위에 건물과 도로를 그려 줍니다. 그런데요. 내가 지도를 주려 하자 남자는 떠나고 맙니다. 그것도 쏜살같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이죠. 미처 전해 주지 못한 것들이 들어 있을 가방이 궁금합니다. 미련일까요? 사랑일까요? 어느 날,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지도를 보니, 문득 내 이름이 보입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이름으로 된 지도를 그려 준 것이었나 봅니다. 길을 묻던 남자, 혹시 전생에 나와 끈으로 연결된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그 남자, 길을 물은 게 아니라 나에게 연락처를 물었을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그런 고정관념을 첫 시집으로 가볍게 깨고 나왔습니다. 진짜 같은 마음이라죠.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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