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리시스, 웨어러블 기술로 심장질환 잡는다

입력 2020-05-24 17:23   수정 2020-10-09 15: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심혈관질환 보유자의 치사율이 높게 나왔다. 이런 심혈관질환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인 웰리시스의 ‘S-패치 카디오’가 지난달 유럽 CE 인증을 받고 이탈리아에 수출됐다.

최장 100시간 심전도 측정

24일 웰리시스에 따르면 S-패치 카디오는 이달 중순 이탈리아에 50대를 시작으로 유럽 수출길을 열었다. 스페인과 그리스에 수출하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각각 23만여 명, 22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많은 나라다. 앞서 웰리시스는 뉴질랜드와 태국에 각각 30대와 200대를 수출하며 세계에서 수요를 확인했다.

S-패치 카디오는 패치 형태로 심장 부근에 부착해 심전도를 최장 100시간 동안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용자가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로 전송해 클라우드 기반 웹 포털에 보낸다. 인공지능(AI)으로 이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이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30~40년 동안 심전도 측정에 주로 쓰여온 ‘홀터’ 기기가 24~48시간 검사가 가능했던 것에 비해 S-패치 카디오는 모니터링 시간을 늘려 부정맥 검출률을 크게 높였다.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코인형 배터리를 교체해주면 최대 한 달까지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부정맥 검출률은 24시간 검사 시 30% 수준에 그치지만 4일 이후부터는 70% 선을 넘어서며 급격히 올라간다.

800g 기기에 여러 개의 선을 몸에 부착해야 하는 홀터에 비해 무게가 8g으로 가볍고 간편하게 붙일 수 있어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전도를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주 건강보험에 등재된 휴이노의 ‘메모워치’가 심장 이상을 느낀 이후 수동으로 심전도를 일정 시간 측정하는 것에 비해 S-패치 카디오는 상시적으로 심전도를 잴 수 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한국 호주 영국 등을 비롯해 세계 8개국에서 임상시험을 마쳤고 그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돼 성능이 검증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럽 미국 등 세계 시장 겨냥

웰리시스는 삼성SDS의 디지털헬스케어 팀이 분사해 지난해 5월 출범한 회사다. 전영협 웰리시스 대표는 미국 존슨앤드존슨 등에서 20여 년간 헬스케어 분야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삼성SDS 시절 삼성전자가 개발한 바이오프로세스 칩에 삼성SDS의 분석기술과 AI 프로그램 기술을 결합해 S-패치 카디오를 개발했다. 삼성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했다. 삼성SDS가 2018년 상품화를 마친 뒤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분사 시켰다.

창업 7개월 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헬스 심전도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 3월 태국, 4월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인증을 획득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도 인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웰리시스는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 시장을 넘어 언택트(비대면) 헬스케어 기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전 대표는 “S-패치 카디오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개념을 치료(cure)에서 관리(care)로 전환하는 제품”이라고 했다. “평소 쌓은 의료 데이터로 병을 검진하고 치료하는 게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병원에서 쓰는 의료용과 스포츠활동 영역으로 제품을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7~8월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세계로 수출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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