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총상금 1억원)’이 열린 인천 스카이72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 17번홀(파3). 탄탄한 코스 운용 전략을 내세운 고진영(25)의 방패는 박성현(27)의 예봉을 번번이 막아섰다. 16번홀(파5)까지 획득 상금은 4000만원(고진영) 대 2400만원(박성현). 하지만 박성현의 예리한 창은 버디를 놓친 고진영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박성현의 5m 버디 퍼팅이 그림처럼 빨려 들어갔다. 이 홀에 걸린 상금은 2600만원. 박성현은 상금을 단숨에 5000만원으로 끌어올리며 승부를 뒤집는 듯했다. 하지만 고진영이 ‘훈훈한 마무리’로 화룡점정을 했다. 18번홀(파4)에서 5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밀어넣어 1000만원을 따낸 것이다. 5000만원 대 5000만원. TV 중계를 한 박지은 프로는 경기 시작 전부터 “5000만원씩 나눠 가질 수 있으면 더 이상의 마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는 마치 시나리오를 짠 것처럼 사이좋게 ‘장군 멍군’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6개월 만에 몸 푼 고진영
‘코로나19 극복’ 성금 마련을 위해 열린 이번 대결은 각 홀에서 타수가 낮은 선수가 해당 홀의 상금을 가져가는 ‘스킨스 게임’으로 펼쳐졌다. 고진영은 6개월 만에 대회에 나섰다. 그는 “코로나19로 보내게 된 휴가 기간에 골프가 너무 그리웠다”며 “매치플레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동계훈련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코로나19 강제 휴가 기간을 활용해 ‘버킷리스트’에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밀린 영어공부는 물론 평소 배우고 싶었던 요리를 마스터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요샌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데 본전을 뽑을 때까지 탈 생각”이라고 했다.
승부 못 가린 태극여제들
박성현은 이날 특유의 ‘닥공’ 전략을 내세웠다. 경기에 앞서 그는 “지난해 어깨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만큼 상금이 큰 홀에서 ‘한방’을 노리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정교함이란 ‘방패’를 들고나왔다. 그는 “티끌 모아 태산이니 조금씩 쌓아서 이길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강 ‘태극여제’들의 승부는 초반부터 팽팽했다. 1번홀(파4)은 4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박성현이 가져갔다. 고진영이 2번홀(파4) 드라이버샷을 벙커에 빠뜨릴 때만 해도 박성현이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53주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고진영의 저력은 녹록지 않았다. 2번홀을 보기로 비긴 뒤 5번홀(파4)까지 내리 승리하며 박성현을 몰아붙였다.
박성현은 예고한 대로 한방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홀당 상금이 400만원으로 커진 7번홀(파4)과 8번홀(파3)을 연거푸 잡아내며 단숨에 상금을 역전한 것. 박성현에게 400만원 뒤진 채 전반을 마친 고진영은 후반 10번홀(파4) 800만원과 13번홀(파4) 쌓인 2400만원 스킨을 가져오며 경기를 주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장타를 앞세운 박성현은 14번홀(파5)부터 특유의 몰아치기를 보여주며 승부의 무게추를 맞췄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상금 5000만원씩을 각각 밀알복지재단과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기부했다.
인천=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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