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위반 의혹이 제기된 도미닉 커밍스 총리실 수석보좌관의 유임 의사를 밝혔다. 여론의 거센 비판과 여야의 사퇴 압력에도 최측근 참모인 커밍스 보좌관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로버트 젠릭 주택부 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최측근 참모인 커밍스 보좌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존슨 총리가 직접 주재했다.
앞서 커밍스 보좌관은 지난 3월 말 자신과 부인이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이자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대신 런던에서 400㎞ 떨어진 잉글랜드 북부 더럼에 있는 부모 집을 방문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사실상 주도한 커밍스 보좌관은 존슨 총리의 최측근으로,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그를 19세기 한 소설에서 다른 사람을 제 맘대로 조종하는 최면술사로 등장하는 ‘스벵갈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커밍스 보좌관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디언과 선데이미러 등 현지 언론들은 그가 런던에서 돌아온 뒤 더럼을 재차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린 상황에서 총리실 실세가 자가격리 조치를 사실상 위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 일부 의원들도 커밍스 보좌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모든 면에서 그는 책임감 있고, 법적으로 청렴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커밍스 보좌관에게 제기된 의혹 중 일부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커밍스 보좌관은 모든 부모들의 본능을 따랐을 뿐”이라며 “그런 이유로 그를 낙인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밍스 보좌관을 유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 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이날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영국 국민의 희생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최측근을 구하기 위해 정치적 명성까지 걸었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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