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이 코로나19 책임론보다 심각한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05-25 07:50   수정 2020-08-23 00:01


미국의 경재 재개 소식과 백신 개발 뉴스 등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뉴욕 증시에 미·중 갈등이란 변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 21일 홍콩 의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것이란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온 미국은 이 법이 제정되면 경제 제재부터 나설 작정입니다.

미국이 걱정하는 건 단지 홍콩보안법이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와 미국이 멈춰선 사이 중국이 그동안 못해왔던 홍콩, 대만,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란 우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만약 28일까지 이 법이 제정된다면 미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중국도 맞대응할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책임과는 다른 양국 간 체제 문제에 의한 갈등이 첨예해질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매주 월요일 아침 6시45분) 내용을 전합니다.

질문1> 지난주 미국 전역에서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여 증시 기대감도 높아졌는데요. 증시 흐름부터 짚어주시죠.



지난주 미 증시는 세 가지 테마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소식, 경제 재개, 그리고 미·중 갈등입니다.

주 초반은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백신 관련 발표에 좌우됐습니다. 지난 18일 월요일 아침 모더나는 백신 후보 물질이 1단계 임상에서 긍정적 초기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상 대상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이었죠. 이에 미 증시는 이날 3%대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판단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보도, 중화항체 형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제기되면서 다음날은 1~2% 반락했습니다.

수요일에는 코네티컷주가 단계적으로 경제를 오픈키로 하면서 50개주 모두가 경제 부분 재가동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1~2%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목요일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강력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증시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금요일엔 이런 세 가지 소식이 뒤섞여 혼조세를 보이다가 강보합으로 마감됐습니다. 결국 지난주는 월요일 폭등한 뒤 하루 내리고 하루 오르다, 결국 월요일 상승폭인 3%대 오름세를 지킨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다만 주간 오름폭은 컸지만, 여전히 IT주만 급등하는 현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수에서도 드러나는데요. 현재까지 다우지수는 연초부터 따져 14% 내린 상황이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7%나 올라 두 지수 간 괴리가 20%에 달합니다. 이런 괴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괴리 속에서 IT주가 계속 홀로 추가 상승할 수 있을 지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질문2> 미·중 갈등은 홍콩보안법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현지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책임을 물어 ‘중국 때리기’에 나선 데 대해 대선을 앞둔 일종의 '정치적 쇼' 정도로 봐왔습니다.
국제법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인데다 ‘중국이 의도를 갖고 퍼트리거나 정보를 숨겼다’는 확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던 것이죠.

하지만 지난 21일 공개된 홍콩보안법 문제는 그런 차원과는 다릅니다. 자유와 인권을 내세워 건국한 미국은 이들 가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지난 몇 년간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에 요구해온 것도 기업 활동의 자유, 지식재산권 인정 등 그런 차원의 요구였지요. 홍콩에 대해 미·홍콩정책법을 통해 별개의 국가 지위를 인정해온 상황에서, 홍콩의 자유와 인권에 역행하는 그런 법을 인정할 수 없음은 명확합니다.



게다가 중국이 이런 법을 들고나온 시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 루즈벨트 등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멈춰선 사이 남중국해에서 대대적 영역 확대에 나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인도와도 히말라야 국경에서 충돌했습니다.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0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데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올해 양회 기간 업무보고에서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무력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나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정신이 없는 새 홍콩을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 의회 차원에서도 강력한 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홍콩과 대만은 자국의 영역인 만큼 내정간섭이란 게 기본 입장입니다. 칼을 빼내든 상황에서 물러선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지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중국은 미국과 협력을 원하지만 완전한 영토를 추구하고 주권을 보장받겠다"며 "미국의 일부 정치세력이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한 게 이런 인식을 대변합니다. 그는 홍콩보안법은 "필수적인 것으로서 지체 없이 마련돼야 한다"고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천명했지요.

중국은 전인대가 끝나는 28일 이전에 법을 처리할 생각이고, 미국은 법이 제정되면 미·홍콩정책법을 없애 홍콩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등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게 현재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홍콩내 시위도 더 격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나면서 미국의 대응도 격해질 수 있습니다.

28일까지 중국이 법을 처리할 지 잘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질문3> 이번 주 살펴봐야 할 일정과 이벤트까지 종합해서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미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이슈는 경제 재가동입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가 지난 23일 100명 밑으로 떨어졌고, 26일부터는 뉴욕증권거래소의 객장이 다시 열립니다. 이런 소식들이 흘러나오며 지난주부터 항공주 등 낙폭이 컸던 관련 주식들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상당수 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일까지 메모리얼데이 연휴인데요. 전통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벌써 해변과 공원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고, 이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재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이나 백신과 치료제 소식도 증시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이어 지난주에도 모더나의 백신 임상1상 결과 발표로 증시가 급등했었지요. 현재 100여개 이상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진행중인 만큼 관련 소식이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초기 임상 결과인 만큼 논란도 많고 일시적 호재에 그치고 있는 점도 주의해야합니다.

여기에 방금 말씀드린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도 중대한 이슈입니다. 오는 28일까지 중국이 전인대를 통해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지가 핵심이겠지요.



이번 주에도 경제지표 발표가 이어집니다. 26일 소비자신뢰지수, 28일엔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나옵니다. 실업급여 청구자는 200만명 안팎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1분기 GDP는 예비치 4.8% 감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29일엔 개인소비지출(PCE)과 개인소득, 그리고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가 공개됩니다.

사실 시장은 끔찍한 경제지표에 익숙해져 거의 충격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지표 중에서도 4, 5월 과거 데이터보다는 미래를 점치는 심리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9일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강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1분기 실적 발표는 끝물입니다. 27일 HP, 28일 코스트코와 델 등의 발표를 주목할 만 합니다.
25일 월요일은 메모리얼데이로 증시를 포함한 금융시장이 휴장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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