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OECD 2번째로 높아
26일 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4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연 0.65%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준금리인 연 0.75%에서 4월 OECD 근원물가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0.1%)를 뺀 수치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4월 물가 상승률이 집계된 OECD 회원국 29곳 가운데 멕시코(연 2.9%) 다음으로 높았다. OECD 회원국 29곳의 실질 기준금리 평균치인 연 -1%를 크게 웃도는 금리 수준이다. 한국처럼 비기축통화국들인 이스라엘(연 0.1%) 아이슬란드(연 -0.7%) 칠레(연 -1.8%) 헝가리(연 -2.0%) 체코(연 -2.0%) 노르웨이(연 -2.7%) 폴란드(연 -3.1%) 등과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높은 것은 명목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시에 물가는 낮기 때문이다. 지난 3월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29곳 가운데 멕시코(연 6%) 아이슬란드(연 1.75%) 체코(연 1%) 헝가리(연 0.9%)에 이어 다섯번째로 높았다.
반면 지난 달 한국의 근원물가(0.1%)는 스위스(-0.5%) 에스토니아(-0.4%) 포르투갈(-0.2%) 이스라엘(0%)에 이어 다섯번째로 낮았다.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 인플레이션 등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2월 후 가장 낮았다.
◆소비·투자에 부정적 영향
저물가 영향으로 실질 기준금리가 치솟으면 현금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가계와 기업은 이에 따라 현금 보유성향이 강해지면서 소비·투자는 위축된다. 치솟은 실질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맞물려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106조3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045조5064억원)과 비교해 60조8312억원 늘어난 것으로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처럼 실질 기준금리를 낮춰서 코로나19 등으로 얼어붙은 소비·투자를 북돋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안민포럼 세미나에서 "실질 기준금리는 최근 수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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