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무신사일 겁니다.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패션 전문 온라인몰 1위 기업으로 성장했죠.
지금은 유명해진 키르시,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앤더슨벨 같은 캐주얼 브랜드들도 다 무신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사례입니다. 꾸준히 신생 브랜드들이 무신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지난해 무신사 거래액은 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저 많은 돈이 몰리는 패션 전문몰이니 안 들어갈 수가 없는 겁니다.
물론 신생 브랜드 육성, 물류창고 대여 및 저금리 대출 지원 등 입점 브랜드들을 위한 무신사의 혜택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타깃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곳이기 때문이죠. 무신사의 20대 소비자 비중은 55%에 달합니다. 또 30대 18%, 10대 15% 등 10~30대 젊은층이 무신사에서 돈을 씁니다.
25일 배럴이 칸코와 손잡고 제작한 여름 신제품을 무신사가 운영하는 여성 쇼핑몰 우신사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영복으로 유명한 배럴이 야심차게 준비한 여름 신제품이라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확률상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배럴은 타깃 소비자들이 몰려있는 1등 패션 전문몰 무신사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에서만 판매한다고 할 때 집객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 겁니다. 수영복과 실내 수영용품, 리조트웨어 등으로 구성한 이번 컬렉션은 이날 4시부터 우신사에서 단독 판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날 브이티코스메틱은 여름용 수분 라인 ‘슈퍼 히알론’을 무신사에서만 단독 선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브이티코스메틱이 무신사를 선택한 이유는 젠더리스 콘셉트의 신제품을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판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는 남성 소비자의 비중이 55%로 타 쇼핑몰보다 크게 높은 편입니다. 또 이들은 충성고객으로서 쇼핑몰을 바꾸지 않고 무신사에서만 제품을 사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름철 수분 제품을 미리 판매하는 유통망을 무신사로 정한 이유가 분명한 셈이죠.
사실 무신사의 파워는 이전에도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무신사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손잡고 ‘울트라부스트 무신사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죠.
글로벌 브랜드를 움직일 정도로 그 힘이 막강하다는 게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지금도 수백개의 브랜드들이 입점을 기다릴 정도라고 합니다. 처음엔 신발 마니아의 취미처럼 시작했던 일이 20년 만에 국내 1위 패션 전문몰이 돼있을 거라곤 조만호 무신사 대표도 그땐 상상조차 못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온라인쇼핑의 천국인 한국에서 말이죠.(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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