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240원을 돌파했다. 최근 두 달 동안 달러당 1210~1235원 선을 맴돌며 '박스권'을 형성했던 환율이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천장이 뚫렸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설전을 이어간 데 이어 최근 홍콩을 놓고 다시 한번 충돌하는 등 점차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환율도 오름세를 보이며(원화가치는 하락) 1250원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원20전 오른(원화가치는 약세) 1244원20전에 마감했다. 환율이 124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 24일(1249원60전) 두 달 만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형성된 1210~1235원의 환율 박스권이 이날 깨진 것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50전 오른 1240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웠다.
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놓고 갈등이 심화된 미·중은 경제와 정치 문제를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인 데 이어 지난 22일 중국의 33개 기업을 수출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에 이날 홍콩 문제로 다시 충돌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난 22일 홍콩 반정부 활동과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을 감시·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을 상정한 것이 갈등을 키울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문제 삼아 중국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콩 국가법안법'이 재정되면 중국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간 전선이 갈수록 넓어지면서 국제 외환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0.0027위안(0.38%) 오른(위안화 가치는 하락)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2008년 2월 28일 이후 가장 낮았다.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이달 2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이번주 환율은 1250원선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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