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에선 예술가 지원 서약이라는 뜻인 ‘#아티스트서포트플레지’ 운동이 유행이다. 지난 3월 중순 시작해 이달 초까지 2000만파운드(약 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창출했다. 전업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가격을 200파운드(약 30만원) 이하로 책정해 소셜미디어에서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1000파운드(약 150만원) 이상을 벌게 되면 다른 작가 작품 200파운드어치를 사주는 식이다.
이 운동은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만 관련 게시물 17만 건 이상이 올라왔다. 지난달 말엔 영국공예협회도 공식 지원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격 제한을 걸어 대중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예술가들은 생계비를 벌 수 있는 영리한 방식”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예술시장이 커지면서 작가 간 창의적인 상호 지원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아트체인인디아’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작가들이 웨비나(웹 세미나)로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작품을 소개해 파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5만루피(약 81만원)를 벌면 1만루피(약 16만원)를 다른 작가 작품 구입에 써야 한다. 이 운동을 시작한 인도 작가 푸르바이 라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은 대부분 전통예술에만 몰려 있어 현대미술 분야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서울옥션이 비슷한 형식의 ‘#아트서클’ 온라인 경매를 오는 29일 연다. ‘물방울’ 연작으로 이름난 김창열을 비롯해 윤명로, 이왈종, 오수환, 이배 등 유명 작가들이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이 출품한 작품이 낙찰되면 낙찰가의 절반을 적립한다. 이 돈은 각 작가가 추천한 신진·중견예술가 작품 구입에 쓰인다. 이번 경매에는 모두 43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놨다. 모든 출품작 시작가는 0원부터다. 미술품 경매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리뷰 전시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영국의 한 작가가 시작한 ‘#아티스트서포트플레지’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며 “‘착한 소비’ 선순환 구조를 통해 미술 생태계를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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