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제사회 고립 우려에도 '늑대외교' 독려

입력 2020-05-26 12:53   수정 2020-08-22 00:02

중국의 젊은 외교관들이 연일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전랑(戰狼·늑대전사)'이라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중국 외교 고위 당국자들이 이런 '늑대 외교'를 더욱 독려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이 중국을 오히려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가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중상모략과 맞서 싸워 국가 명예와 존엄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며 늑대 외교를 옹호하고 나섰다고 26일 보도했다.



왕 장관은 "우리는 불필요한 비난에 맞서고 공정성과 정의와 양심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없다. 중국을 패권국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바로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도 25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중국 외교관을 '늑대전사'라고 하는데, 우리는 해외의 늑대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늑대전사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각급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독려한다. 늑대가 있는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반격해 국가의 존엄과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영어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늑대전사 외교는 미국의 특성'이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제재 대상국이 몇 개인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 몇 곳인지, 미국의 간섭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 몇 개인지 보라"고 지적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이 아닌 미군에서 왔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지난달에는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프랑스의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수용자들을 굶고 병들어 죽게 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프랑스 국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일본, 싱가포르, 페루 등의 중국 외교관들은 현지 언론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방역 노력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부각하고, 미국이 제기한 중국 책임론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공격적 외교정책은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충성 경쟁을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의 늑대 외교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퍼거스 라이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공격적인 민족주의의 표출은 세계를 중국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리는 데만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쟈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 외교관들은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 표현의 형태가 달라지면 결과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의 외교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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