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만 터지면 뜨는 희토류株…뜯어보면 '진짜' 없다 [고윤상의 저격 이 종목]

입력 2020-05-26 15:22   수정 2020-07-09 14:28


미국과 중국이 갈등양상을 보일 때마다 어김없이 뜨는 테마주가 있다. 희토류 테마주다.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해 전기·전자·광학·초전도체 등에 폭넓게 쓰이는 전략 자원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12만5000t의 희토류가 소비되는데 이 중 중국이 97%를 공급한다.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공해를 심하게 유발하고 중국보다 채굴비용이 비싸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선진국에선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 등의 홍콩 문제 개입을 금지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오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처리한다고 밝히면서 희토류 관련주가 또 들썩였다. 지난해 5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했을 당시와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희토류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대부분은 희토류 관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야말로 테마성 투자로 개인들간 '폭탄돌리기'식 투자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니온머리티얼은 지난 20일 2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희토류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지난 22일 상한가를 쳤다. 이후 25일 종가 기준 3390원까지 올랐다. 3거래일간 상승률은 31.39%다.

이 종목은 자동차 모터 등에 사용하는 페라이드 마그네트를 생산하고 있다. 희토류 자석을 이용한 모터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페라이드 마그네트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2억원이다. 지난해 동기에는 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작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했던 지난해에도 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희토류의 대체품으로 자리잡을 만큼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쎄노텍도 희토류 관련주로 묶이며 크게 올랐다. 25일까지 3거래일 동안 16.71% 급등했다. 이 회사는 희토류 등 광물 분쇄에 필요한 산업재인 세라믹 비드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희토류 관련주가 됐다.

세라믹 비드는 광산 채굴 보다는 페인트나 잉크 등 산업에 쓰이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쎄노텍의 세라믹 비드 매출액은 190억원 가량이다. 2018년 191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은 거의 없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세라믹 비드의 광산업 사용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중국 내 희토류 생산업체에 이를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다른 문제다.

혜인도 희토류 테마주로 분류되며 25일까지 3거래일간 25.61% 급등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혜인자원이 희토류의 일부인 몰리브덴 광산 채굴 업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혜인자원은 지난 2011년 경북 울진 소재 몰리브덴 광산 채굴을 시작한다고 밝힌 이후에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혜인측은 "혜인자원의 자원개발은 생산단계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유통사업이 전개되고 있지 않다"고 사업보고서에 적었다.

스테인리스 봉강 절삭가공업체인 티플랙스도 희토류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올랐지만 사실상 희토류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리브덴 등 희토류를 이용한 소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희토류 수급 불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희토류 테마주인 노바텍은 희토류 금속을 이용한 응용자석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네오디뮴 자석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희토류 채굴 여부와 사실상 무관하다. 이곳도 희토류 공급 문제가 발생하면 원자재 수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희토류 테마주로 분류된 대원화성도 벽지와 합성피혁 생산 업체다. 희토류 관련 매출은 없다. 2008년 18억원을 투자해 캐나다에 몰리브덴 광산 개발건으로 지분 21%를 확보한 게 전부다. 단순 지분 투자인데다가 사업은 중단 상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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