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갈림길에 선 국내 1위 롯데렌탈

입력 2020-05-26 18:44  

[05월 26일(18:4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롯데렌탈이 신용도 갈림길에 섰습니다. 'AA'급 기업에서 'A급'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거든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롯데렌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 놔서 입니다. 현재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은 AA-입니다. AA급의 가장 하단에 놓여 있죠. 한 단계만 떨어져도 A급으로 주저 앉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채권시장에서 AA급과 A급 기업에 대한 대우는 확연히 다릅니다. AA급에서 A급으로 떨어진다는 건 단순히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지는 것 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A급 이하 기업은 실물경제가 둔화되거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땐 투자 수요를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거든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처럼 말입니다.

사실 엄밀하게 롯데렌탈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준을 충족한 상태입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롯데렌탈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인으로 레버리지배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7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롯데렌탈의 올 1분기 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은 7.8배입니다. 2018년부터 줄곧 7배를 넘고 있죠. 하지만 한국기업평가는 레버리지배율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실제 등급 강등까지 단행하진 않았습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레버리지배율 상승세가 주춤해졌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하이브리드 증권 발행이 보류되면서 차입을 통한 조달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롯데렌탈은 이 때문에 신규 투자 축소, 채권 매각, 자회사 외부 투자 유치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거세지는 업계 경쟁 강도는 롯데렌탈의 또 다른 고민입니다.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 수익성 관리가 쉽지 않아지거든요. 대기업과 오토리스 업체들이 줄줄이 장기 렌트 부문에 참여하면서 가격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의 시장 점유율은 22.7%입니다. 2010년 이후 국내 자동차 렌탈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SK렌터카와 SK네트웍스는 렌터카 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도 했고요. SK렌터카의 시장 점유율은 11%입니다. 3위죠. 하지만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시장 내 점유율까지 합하면 20% 이상이 됩니다. 시장 안팎에서 두 기업의 양강 구도를 기대하는 배경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롯데렌탈은 코로나19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90%를 장기 렌트로 운용하고 있어 전체 매출이 급감할 가능성은 작거든요. 물론 30일 이하 단기 렌트 가동률은 10%대로 하락한 상태라 올 2분기 이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롯데렌탈의 신용도가 위태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계열사의 든든한 지원 가능성이 줄고 있는 겁니다.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의 지원 가능성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주력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롯데렌탈에 자체 신용등급 보다 한 단계 높은 신용등급을 주고 있거든요. 하지만 롯데쇼핑·호텔롯데(AA)의 신용등급은 모두 하향 조정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탓입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주요 경쟁자인 SK렌터카의 통합 등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해 렌탈 자산 순투자액을 재차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한진으로부터 약 3000대 가량의 렌탈자산 양수를 결정하기도 했죠.

올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682.2%로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롯데렌탈이 신용도를 지키기 위해 어떤 자산 효율화, 자본확충 방안을 실행할지 좀 더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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