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가 9년 만에 돌아온다. 이전과 같이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다음달 13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이번 공연을 연출하는 이재은 씨(사진)는 “‘렌트’는 파격적 소재를 뛰어넘어 꿈과 사랑, 죽음 등 더 강렬하고 진한 삶의 본질을 다룬 작품”이라며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띤 토론을 하며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에 2003년 입사해 17년간 ‘맘마미아’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렌트’는 브로드웨이 연출가 앤디 세뇨르 주니어와 함께 만든다.
‘렌트’는 지난해 10월 열린 오디션으로 큰 화제가 됐다. ‘프로 무대 세 편 이상 참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지만 약 1300명의 배우가 몰렸다. 세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23명의 배우가 최종 선발됐다. 오종혁, 아이비, 최재림, 김호영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렌트’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등 아름답고 다채로운 넘버(삽입곡)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디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노래 실력’이었다고 했다. “대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송 스루(Song Through)’ 공연이에요. 록, 탱고, 발라드, 리듬앤드블루스(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섞여 있어 노래가 매우 중요해요. 노래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겐 정말 어려운 작품입니다.”
안무도 배우들의 감정을 한껏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즉흥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안무를 뽑아내죠. 춤보다 움직임에 가까운데, 보여주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한 동작입니다.”
‘렌트’는 한 세트의 무대 구성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이 작품의 초연 전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만든 무대를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렌트’는 대부분 한 세트로 구성돼 있어요. 천재 작곡가였던 라슨을 추모하고 그가 만든 무대를 그대로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인 거죠. 덕분에 관객들은 각 캐릭터와 그들의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글=김희경/사진=김범준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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