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4번 E플랫 장조’(1797)는 27세의 베토벤이 연주자에서 작곡가로 변신을 꾀하던 시기에 나온 주요 작품이다. 전체 연주에 30분이 소요돼 당시 기준으로는 긴 편이고, 기교와 음향에서 피아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인기가 덜한 이유는 베토벤 특유의 감정적 분출이 통제된 탓이다.
당시 베토벤의 뛰어난 제자였던 바르바라 폰 케글레비치에게 헌정됐다. 바르바라는 스승에 대한 존경 이상의 감정을 주변에 표시하곤 했지만 베토벤은 백작의 딸인 상대에게 곡을 헌정하는 것 이상의 감정을 전할 수 없었다. 마치 그런 마음을 담은 곡처럼 들린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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