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를 도박의 도시로 만든 '카지노 왕' 스탠리 호 사망

입력 2020-05-26 21:53   수정 2020-05-26 21:55


마카오에서 40년간 카지노업계를 지배하며 '도박왕'으로 불렸던 스탠리 호가 98세로 26일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탠리 호는 1962년 처음 카지노 면허를 받은 후 40년간 마카오 카지노 시장을 독점했다. 2001년에서야 법령이 개정돼 독점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그가 납부한 세금은 한때 마카오 정부 재정의 3분의 2 이상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마카오가 중국으로 반환된 1999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쳤지만, 거꾸로 카지노 사업은 번창했다. 중국 정부가 마카오에서만 유일하게 카지노를 합법화한 덕에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마카오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마카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로 성장했고, 그의 사업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현재 마카오에 있는 40여개 카지노 중 절반 가량이 그의 기업에 속해 있다.

스탠리 호는 한때 세계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던 카지노업체 SJM 홀딩스를 운영하며 아시아 최고 갑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정작 그는 가까운 사람들에겐 "도박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충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8년 은퇴할 당시 그의 재산은 500억 홍콩달러(약 8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4명의 아내와 결혼해 17명의 자녀를 낳았다. 자녀들이 많은 탓에 2017년 가족 사이에 재산 분쟁이 벌어지는 등 그의 말년은 재산 싸움으로 점철됐다.

그의 개인 기업인 STDM은 호화 호텔부터 헬리콥터, 경마 등 많은 분야에 지분을 갖고 있다. 그는 카지노 주요 고객을 위해 호화 여행을 제공하고, 도박꾼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는 일도 했다.

그는 자선사업에도 나서 현재 홍콩과 마카오에 있는 12개의 박물관, 병원, 스포츠센터 등이 그의 이름을 땄다. 스탠리 호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위원이기도 하다. 중국 관영 방송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애국적 기업가'라고 스탠리 호를 칭하기도 했다. 그의 일부 자녀는 카지노 업자로 성공했다. 카지노 사업은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둘째 딸 데이지가 물려받았다. 장녀 팬시는 MGM 리조트 마카오지사의 공동 의장이며, 아들 로렌스는 멜코 리조트 앤드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호의 사망 소식에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SJM이 8.5% 상승했고, 운송 회사인 순탁홀딩스는 17.6%, 카지노 운영업체인 멜코는 4.9% 오르는 등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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