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과 관련 방송인 김어준씨가 '배후설'을 제기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이야 뭐 걸어다니는 음모론이니까""라면서 "원래 음모론자들은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 상상의 왕국에 거주하는 자들이다. 상상력에 죄를 물을 수는 없지 않나"고 했다.
또 "그 황당한 환타지를 진지하게 믿어주는 바보들이 안 됐다"면서 "방송사에서도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돈, 청취율 아니겠는가. 그냥 멍청한 이들을 위한 환타지물, 일종의 3류 문화콘텐츠라 보면 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근데 그거 질리지도 않느냐. 빤한 내용, 소재만 바꿔 끝없이 우려먹는데. '냄새가 난다' 냄새 좋아하니, 방송 그만 두고 인천공항에서 마약탐지견으로 근무하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자신이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할머니가 굉장히 뜬근없는 얘기를 하셨는데 여기서부터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김씨는 그 배후자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를 언급했고, 이용수 할머니의 첫 번째 기자회견을 도운 최 대표는 "도와준 것일 뿐인데 부추겼다는 식의 말이 나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용수 할머니를 언급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용수 선생. 이제는 '원래 그런 분'이 되어 버렸지만, 원래는 '원래 그런 분'이 아니었다"면서 "그리고 그 현장에 제가 우연히 있었다. 변 감독을 탓하고 싶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는 과거 광복절 특집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 변영주 감독과 함께 출연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변 감독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관련 "원래 그런 분"이라며 "당신들의 친할머니도 맨날 이랬다저랬다 하시지 않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다만, 우리 세대가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원래 우리가 가려고 했던 유토피아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버린 것은 아닌지, 함께 반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억압자의 기억을 조직하고 구제하고 보존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다. 우리,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나. 다들 제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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