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을 가속화했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고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히 돌아서는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오랜 업력을 쌓아온 ‘유통 공룡’이 맥없이 종말을 맞고 있진 않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며 ‘혁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1위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와 1위 대형마트 이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하이마트는 ‘메가스토어’란 이름으로 수원점을 29일 선보인다. 이마트도 월계점을 뜯어고쳐 28일 ‘미래형 마트’ 콘셉트로 문을 연다. 사람들을 불러모을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본격적인 반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
복합쇼핑몰처럼 꾸며
이들 매장의 특징은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가전 양판점, 대형마트에 대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수원점은 1층부터 다르다. 코인 빨래방과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가 사람들을 맞는다. 반려동물을 목욕시킬 수 있는 ‘펫스파룸’도 있다. 가전은 가끔 한 번 사지만 빨래하고 커피 마시는 것은 일상사다. 이런 공간을 1층에 둔 것은 사람들이 가전 매장을 자주 찾게 하려는 전략이다. 3층에 손톱과 발톱 등을 가꾸는 네일숍을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자재 기업 LG하우시스가 입점한 것도 색다르다. 가전을 바꾸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같이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창호부터 욕실과 주방 등 다양한 인테리어 자재를 소개하고 판매한다.
이마트타운 월계점에는 레스토랑이 30개나 있다. 많아야 10개 남짓인 다른 마트보다 훨씬 많다. 브런치카페 ‘마마스’, 일본 가정식을 판매하는 ‘온기정’, 중식당 ‘매란방’ 등 잘 알려진 식음 매장이 즐비하다. “외식하러 마트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램펄린, 클라이밍, 집라인 등의 스포츠를 할 수 있는 ‘바운스 트램폴린’이란 매장도 있다. 2층의 한가운데 ‘명당’ 자리는 책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아크앤북’에 내줬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식품 분야 매대를 과감히 덜어내고 매장의 약 70%를 레스토랑과 서점 등 임대매장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임대매장 공간이 20%에 불과했다.
체험 공간·전문 매장 늘려
이들 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체험’과 ‘전문화’다. 가전 양판점은 그동안 물건을 죽 진열해 놓고 판매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수원점은 다르다. 2층 ‘게이밍존’에 들어서면 마치 시설이 좋은 PC방 느낌이 난다. 최고급 사양의 로지텍 마우스와 키보드부터 엑스박스, 닌텐도 등의 콘솔 게임기를 전부 작동해볼 수 있다.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이 많이 찾는 마이크와 고성능 모니터, 카메라 등의 장비도 갖춰져 있다.
4층 브랜드관에선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시그니처’와 ‘오브제’, 삼성전자의 QLED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등이 쇼룸 형태로 전시돼 있다. 모델하우스에 온 것처럼 가전을 인테리어 해놨다. 집에 가져다 놓으면 어떤 느낌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마트 월계점은 마트의 핵심 상품인 식료품을 체험하는 코너가 많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것이 만두, 어묵 등 유명 ‘맛집 거리’다.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 판매한다. ‘마트 입구에는 과일을 놓는다’는 마트의 상식을 버렸다. 축산, 수산 코너에선 ‘오더 메이드’란 서비스를 해준다. “고기를 굽기 좋게 잘라달라”거나 “생선 내장을 빼달라” 같은 세세한 요구를 들어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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