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에서 건설발 뉴딜 정책은 논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값 급등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등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도로 철도 항만 같은 SOC 사업이 외면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 같다.
하지만 건설업만큼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기 좋은 업종도 많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을 차지하고, 180만 명 안팎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게 건설업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뉴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프로젝트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꼽고 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쇠퇴한 구도심의 낡은 주택을 고치고 주차장 등 생활편의 시설과 주민 공유 공간을 만들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낙후 지역에 매년 재정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사업비 3조원 등을 투자해 앞으로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다섯 가지 도시재생 뉴딜사업 유형 중 ‘중심시가지형’과 ‘경제기반형’ 사업이 도시 경쟁력 강화와 관련이 깊다. 중심시가지형은 면적 20만㎡ 이상의 상업지역에서 노후 시장 등을 개량하고,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창업 공간 등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경제기반형은 역세권, 산업단지, 항만 등 50만㎡ 이상 규모의 사업지가 대상이다. 역세권 주변에서 주거·상업·업무 복합시설을 지으면 대도시의 주거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용적률 상향 같은 특혜 논란은 임대주택 건립 같은 기부채납(소유권 무상이전)으로 차단할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활력소는 민간 자본의 투입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와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가 도시재생 성공 모델로 꼽히는 것도 민간의 창의력 덕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민간이 설 자리가 좁다. 수익성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선입견의 장벽이 높아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구 50만 명 이상 지역의 28개 도시재생 프로젝트 중 14곳이 수익성 부족 문제로 민간이 참여하지 못했다. 공적 재원에 매달려 ‘벽화만 그리는 방식’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양산되는 이유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의 역할만 강조한 ‘반쪽짜리 재개발’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을 도시재생 사업의 파트너로 인정하면 일자리를 만들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는 게 개발업계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 통화량이 불어나고 있다. 부동자금을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재생 사업에 투입하면 도시의 경쟁력이 커지고 일자리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tru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