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무역합의 잊으라"는 배넌…트럼프는?

입력 2020-05-27 08:27   수정 2020-05-27 19:34



미 경제가 재가동되면서 뉴욕 증시는 26일(현지시간) 축포를 터트렸습니다.
경제 재개에도 우려했던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흘러나오는 백신 개발 소식도 지속적으로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 교통안전국(TSA)의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이 26만7451명으로 지난달 14일 8만7534명보다 세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년동기에 비해선 87%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달 14일 96% 줄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겁니다.
또 레스토랑 예약앱인 오픈테이블은 상당수 주에서 예약이 재개됐다고 공개했습니다. 트럭스톱닷컴에 따르면 주간 화물트럭 이용지수도 4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호텔 리서치펌 STR에 따르면 5월 셋째주 미국 내 호텔 투숙율도 32.4%로 5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객장도 다시 열었고, 애플은 이번 주 미국내 100개 애플스토어를 추가로 재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271개의 미국 내 애플스토어 중 약 130개가 문을 열게 됩니다.

게다가 펀드스트랫에 따르면 지난 5월1일 이전에 경제를 부분 재개한 조지아 미네소타 유타 등 13개 주에서 지난 3주간 감염자 수가 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제 재개가 아직은 재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겁니다.




또 제약업체 노바백스가 전날 임상 1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존슨앤드존슨과 사노피 머크 등이 이번 여름에 임상 1상 실험을 끝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증시에 즉각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동안 경제 봉쇄 수혜주로 꼽히며 올랐던 기술주들은 내리고 대신 항공주, 은행 등 봉쇄로 어려움을 겪던 주식들이 폭등한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3.39% 하락했고 엔비디아도 3.42% 내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1.06%), 페이스북(-1.15%), 아마존(-0.62%)도 내렸습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 16%, 델타항공 13% 폭등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주가 수준이라면 매우 가치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한 JP모간도 7.10% 오르면서 금융주 섹터가 5% 넘게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낙폭과대주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이끈 IT주와의 갭을 메웠다"며 "이렇게 시장의 폭이 넓어져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200일 이동평균선(3003)을 넘어 3021.72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골드만삭스 등은 이 매물벽을 넘지못하고 한 차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봤었습니다.




다만 좋았던 분위기는 오후 3시20분께 블룸버그통신이 "미 재무부가 홍콩보안법에 대응해 중국 관료와 기업, 금융사 등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냉각됐습니다. 이후 상승폭이 줄어 S&P 500지수는 1.23% 오른 2991.77로 마감했습니다. 종가로는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다시 떨어진 겁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해 "솔직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짜증이 난 상태라 미·중 무역합의가 그에게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이뤄낸 가장 큰 업적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라면서 "커들로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역합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대중매파이며 극우파인 스티브 배넌의 주장"이라며 "배넌이 여전히 트럼프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이던 배넌은 정권 초 트럼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정권의 설계자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 8월 정권 출범 7개월만에 경질됐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티브 밀러 선임 정책고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국장, 국가안보회의(NSC)의 부보좌관인 매튜 포틴저 등 '배넌의 사람들'이 여전히 백악관 핵심을 장악중인 겁니다.

밀러는 최근 코로나19 와중에도 반이민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고, 나바로는 중국에서 미국기업들을 리쇼어링시키는 정책을 추진중입니다. 또 코로나19을 '중국 바이러스'라고 일컫고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지원 중단을 이끌어낸 사람이 포틴저입니다.




배넌은 지난 24일 '더 와이어'라는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습니다.
그의 주요 발언을 보면


홍콩보안법 관련, 미국은 최대한 강하게(as hard-core as possible) 맞서야한다. 미·홍콩정책법 등 모든 것을 다 폐기해야한다. 중국은행 등 모든 중국계 은행의 활동도 제한하고 중단시켜야한다. 그리고 중국 관료 등 관련 개인을 제재해야한다. UN 안전보장위원회를 소집해서 중국에 맞서야한다. 우리는 1938년(제2차 대전 발발 직전)에 있다. 그리고 홍콩보안법은 독일이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침범했던 그 순간이다. 우리가 쫀다면, 지금 막아내지 못한다면 중국은 전쟁으로 갈 것이다.

중국이 하는 일은 분노할 일이며, 법의 지배를 무시하는 것이다. 미·중 무역합의는 지금 잊어라.

우리가 2016년 대선에서 이긴 것은 중국, 그리고 무역이슈 덕분이다. 2020년 대선도 그럴 것이다. 이게 지금 가장 중요한 바로 그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세계 역사를 바꾸고 있지만, 팬데믹은 (대선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중국이 오로지 가장 중요한 이슈다. 그리고 그것으로 대선을 이길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했다. 미 행정부와 미 중앙은행(Fed)은 9조, 10조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때문이다. 그들이 (발생 초기) 중국 국민을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이 모든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작년 12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20일까지 이 병을 숨겼다. 중국인들뿐 아니라 세계로부터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이 전염병 확산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우연의 일치도 믿지도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이 수행한 실험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거나 혹은 생물학 무기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것은 지금 당장 조사되어야한다.

테러방지법에 의해 빨리 중국 지도자들의 세계 자산을 압수해야한다. 스위스, 런던, 불가리아, 월스트리트 등에서 모두 압류해야한다. 그건 수조, 수십조달러가 될 것이다. 미국내 중국 기업의 자산도 몰수하고 그들의 가진 미 국채도 무효화해야한다.
월가나 미 기업들은 미국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미국은 거기까지 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웨이보, 알리바바, 화웨이 등을 통해 서구와 기술을 분리하고 자신만의 기술과 표준을 구축하기로 했다. 일대일로 전략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은 이런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위안화의 국제화, 그리고 사이버화폐를 시작했다. 달러를 쓰지않기 위한 것이다. 지금 사실 뜨거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두번째 대공황에 빠져있다. 엄청난 실업을 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미국은 곤경에 빠진다. 1938년(2차대전 직전)에도 그랬다.

이 대결에서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리면 중국 사람들은 마침내 자유를 얻게될 것이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인이 아니다. 중국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품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전체주의 독재의 피해자가 되어 있다.

배넌의 인터뷰를 잘 읽어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 부채 무효설'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한 일, '코로나19 출처 조사'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배넌의 말처럼 올해 말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중국을 압박할까요?

뉴욕 증시는 축포를 쏘고 있지만, 미·중 관계는 대선때까지 지속적으로 시장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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