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처음 타본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쿠퍼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흔들림과 함께 허리에 충격을 줬다. 나중에는 시내를 주행하다 과속방지턱이 보이면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일반 승용차와 같은 4개의 문을 단 ‘클럽맨’이라곤 했지만 미니 시승을 앞두고 적잖게 부담을 느꼈던 이유다.
○울퉁불퉁한 노면도 문제 없어
주차장에서 처음 마주한 미니 클럽맨은 쿠퍼와는 확실히 달랐다. 차 높이(1441㎜)가 준중형차보다 높아 개방감도 좋았다. 차 길이(4266㎜)와 휠베이스(앞뒤 차축 간 거리·2670㎜)가 넉넉해 자녀를 둔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과속방지턱 등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던 쿠퍼와 달리 부드러운 승차감을 줬다. 쿠퍼(전장 3821㎜·전고 1414㎜)보다 커진 차체 덕분이다.
내부(작은 사진)는 미니답게 개성이 넘친다. 시동 버튼은 조종석처럼 센터패시아 하단에 있는 레버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는 방식이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주행 속도를 표시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있다. 미니 특유의 둥그런 계기판과 중앙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그대로지만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이용이 쉽다. 그린모드(녹색)와 스포츠모드(빨간색) 등 주행모드에 따라 센터패시아 컬러가 바뀌는 것도 운전에 재미를 준다.
트렁크는 스플릿 도어를 채택했다. 두 개로 나뉘어 양쪽으로 열린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다면 발만 차체 밑으로 넣으면 도어를 열 수 있는 컴포트 액세스를 적용했다. 트렁크는 360L 크기지만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250L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골프채도 충분히 들어간다.
○달리기 능력은 서킷 달리는 고카트
차체가 통통 튀는 탓에 “불편하다”며 호불호가 갈렸던 승차감도 한층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미니 특유의 날렵한 주행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니는 1957년 첫 출시 당시엔 고유가를 견딜 수 있는 효율성 높은 소형차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가벼운 차체와 날카로운 코너링 능력 덕분에 레이싱차로도 이름을 날렸다.
시승했던 가솔린 하이트림 모델은 3기통 1.5L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 136마력의 힘을 낸다. 미니 클럽맨의 주행성능을 제대로 느끼려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미니는 ‘카트(소형 경주용차)’로 변한다. 전자식 제어를 상당 부분 줄이고 응답 속도를 높였다. 서스펜션(충격 흡수 시스템)도 한층 단단해 바닥에 달라붙어 달리는 느낌을 준다.
최대 토크(엔진의 순간적인 견인력)가 22.4㎏·m로 준중형급 차체를 감안할 때 좋은 편이다. 도심 주행에는 힘이 부족하지 않다. 다만 시속 130㎞ 이상 고속 주행시 풍절음은 있는 편이다. 고속주행을 끝내고 그린모드로 전환하자 디스플레이 창이 녹색으로 바뀐다. 고가트에서 패밀리카로 돌아왔다. 연료 효율이 높아지면서 부드러운 주행감을 되찾는다.
주행 연비는 공인 연비(L당 11.5㎞)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엔트리급인 클럽맨은 3580만원, 시승한 하이트림은 4120만원이다. 2.0L 터보엔진이 탑재된 S버전(192마력)은 4680만원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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