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토지 소유자인 대한항공은 이 땅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직접 매입해 공원화를 하기 위한 사전 절차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매매 인·허가권을 쥔 만큼 직접 매입하겠다고 나선다면 사실상 민간 매각은 물건너 가게 되기 때문이다. 자칫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서울시에 부지를 넘겨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북촌 지구단위계획 변경 안건을 상정해 자문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경복궁과 덕성여고 사이에 있는 종로구 송현동 48의9 약 3만7000㎡ 땅에 대한 개발 밑그림을 바꾸는 내용이다. 특별계획구역을 폐지하고 도시기반시설(공원)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 땅은 23년 동안 개발되지 못하고 주인만 계속 바뀌었다.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에게 부지를 1400억원에 사들인 뒤 미술관을 지으려다 실패했다. 2008년 한진그룹이 다시 2900억원에 매입해 7성급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북촌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인 송현동 부지는 개발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건축물 높이가 12m로 제한되고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면적의 비율)은 60%가 최대다.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은 150%다. 특별계획으로 묶여 서울시의 심의도 받아야 한다.
자금난을 겪는 대한항공은 개발이 어려운 이 땅을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와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일대 개발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바꾸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송현동 부지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땅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서울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미 공원화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개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미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이 땅을 사들일 경우엔 감정평가액대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매입가격이 낮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에선 부지의 공적 활용을 위한 공원 결정과 매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공원조성은 역사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자문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올해 안에 문화공원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