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오명 남긴 채…20대 국회 역사 속으로

입력 2020-05-29 17:32   수정 2020-05-30 00:51

헌정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패스트트랙’ ‘조국 사태’ 등 정쟁으로 인해 역대 최악으로 불렸던 20대 국회가 29일 임기를 마감했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은 37.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체 2만4141건의 발의 법안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9139건에 불과했다. 법안 처리율이 40%를 밑돈 것은 20대 국회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20대 국회의 출발은 희망찼다. 자유민주연합 몰락 이후 사실상 양당 체제로 운영돼 왔던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국민의당(현 민생당) 등 3개 교섭단체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으로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원구성 단계부터 법정시한을 넘겨 시작해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 운영은 파행을 거듭했다.

2016년 5월 30일 문을 연 20대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로 임기 첫해를 보냈다.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며 20대 국회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같은 해 5월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뒤바뀌며 국회 운영에 혼란이 빚어졌다. 탄핵 당시부터 불거졌던 민주당과 한국당의 갈등은 20대 국회 내내 지속됐다. 특히 민주당이 바른정당 통합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4+1 협의체’를 구성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추가로 얻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한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은 검찰 수사를 거쳐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국회를 넘어 국민적 분열을 가져오기도 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흩어져 장외 정치를 벌이며 협치보다는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20대 국회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국회의 잘못된 관행이 21대에까지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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