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 최고 의사결정권자 3인의 입에서 규제 완화가 언급됐지만 실제로는 ‘화끈한’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한 한국형 뉴딜의 추진과정을 보면 이 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규제 혁파가 필요한 분야는 축소되고 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뉴딜이 처음 논의될 때만 해도 규제 혁파가 필요한 대표 산업인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첫 브리핑에서 원격의료를 언급하며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원격의료 추진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김 차관은 이후 경제 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 사업 추진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일 뿐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디지털산업 관련 규제를 풀어 새로운 산업 육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 뉴딜은 시작부터 규제 강화가 추진되면서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간이 만드는 데이터센터를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됐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뉴딜’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는데,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규제해 대통령의 방침에 역행하려고 한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반면 대부분 규제사항이 될 그린 뉴딜에는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그린 뉴딜은 기재부 중심으로 마련한 한국형 뉴딜 초안에서는 빠졌던 내용이지만 이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적극 추진을 건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건물을 지을 때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강제하는 등 각종 규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규제 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0개 분야 65개 과제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각 부처 발표내용을 다시 묶어 놓은 것에 불과하며 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핵심 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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