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반도체·車…'제조업 위기' 본격화

입력 2020-05-29 17:46   수정 2020-10-09 16: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이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으로 번졌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6.4% 감소했다. 2008년 12월(-10.7%) 후 1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 부진이 컸던 탓에 전(全)산업 생산도 2.5% 줄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서비스업은 소비 위축으로 바로 충격을 받았지만 제조업은 비교적 선방해왔다. 3월 제조업 생산은 5.0% 늘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부진이 심해지자 제조업도 충격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15.6%)와 자동차(-13.4%)의 생산 부진이 특히 심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8.6%에 그쳤다.

건설업 위축도 심각해지고 있다. 건설 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지난달 2.4% 줄었고 건설 수주는 20.7% 감소했다.

4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5.3% 늘어났다. 소비가 늘어난 것은 1월 이후 넉 달 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외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서비스업 생산(-6.1%)과 소매판매(-2.2%) 모두 마이너스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제조업 가동률 68%로 급락…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이 처음엔 서비스업에서 나타나겠지만 전 산업으로 번질 것이란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4.4% 감소했지만 제조업 생산은 5.0%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2월이 워낙 안 좋았다는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4월 제조업 생산은 6.4%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보건위기가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자동차 동반 추락

지난달 제조업 생산이 급감한 것은 미국과 유럽의 이동중지 및 자택격리 여파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국보다 늦게 닥친 미국과 유럽에선 지난달 사실상 경제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한국 제조업의 양대 기둥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생산이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은 15.6% 줄었다. 11년4개월 전 -16.9%를 기록한 후 최대 폭 감소다. 자동차 생산은 해외 수요 위축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줄어든 여파로 13.4% 감소했다. 전자부품(-14.3%), 섬유제품(-19.3%), 통신방송장비(-17.1%), 석유정제(-9.4%) 생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상상도 못했던 수치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68.6%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5.7%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폭은 11년4개월 만에 최대이며, 가동률 수준은 2009년 2월 66.8% 이후 11년2개월 만에 최저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생산과 공장 가동이 줄면서 제조업 출하도 7.2% 감소했다. 역시 1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투자도 직격탄 맞아

제조업 재고율은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4월 재고율은 119.1%를 기록해 올해 2월 119.2%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재고율은 출하 대비 재고 비율로 계산된다. 119%대의 재고율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9월(122.9%) 이후 최대 수준이다.

투자 부문에선 건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토목은 0.4% 증가했으나, 건축 공사 실적이 3.6% 줄었다. 건설수주는 건축과 토목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20.7%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5.0% 증가하며 두 달 연속 늘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 증가하는 데 그쳐 2월 16.0%, 3월 10.1%에 비해 증가세가 꺾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초에는 경기 회복 기대가 컸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많이 준비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달부터 투자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늘었지만 회복은 아직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0.5% 증가했다. 숙박음식점, 교육 등 3월에 큰 폭으로 감소했던 업종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6.1% 줄어들어 서비스업 생산이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 산업 생산은 2.5%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0.0%), 승용차 등 내구재(4.1%), 화장품 등 비내구재(1.6%) 판매가 모두 늘었다. 하지만 통계청은 이 역시 2018년 2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1개월 만에 최저치다. 통계청은 취업자 수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제심리지수, 코스피지수 등이 낮아져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5월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 부문 영향은 외국의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이 높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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