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가 주택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0%대 저공비행을 하면서 전셋값 상승과 함께 월세 비중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가운데 용산정비창 개발, 3기 신도시 등을 노린 대기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강한 부동산 규제로 민간임대 물량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수급불안에 금리인하까지 겹치면서 임대시장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려 사상 첫 0%대 금리를 기록한 지 두 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로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가 주요인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파장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크고 정부가 강한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 집값이 단기 급등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5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은 대출이 금지된다가 공시가 인상으로 보유세 보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임대차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매매 시장과 달리 전세가격은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자 부담이 낮으면 임차인들이 대출부담을 늘려서라도 학군 좋은 신축 아파트로 가려고 한다”며 “양질의 임대매물은 한정돼 있어 결과적으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임대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집값으로 인해 청약 시장을 노리는 대기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8000가구 규모의 용산정비창 개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제, 공공 재개발 등은 대기수요자들을 임대차 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작년 7월 첫째 주 이후 47주 연속 상승 중이다.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달 초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하락한 반면, 전세가는 0.91% 올랐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같은 기간 4.45% 올라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전세 거래량은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72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1만3274건) 대비 두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년 동월(8853건)과 비교해도 2000여건 줄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실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낮은 예금금리와 늘어난 보유세 탓에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어 전세 비중 감소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보호 강화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민간임대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금리인하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전세시장에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화된다면 전월세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심 교수는 “금리인하 등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장 강력한 건 코로나19 충격”이라며 “또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다면 임대차 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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