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샵이 자이를 이기다니"…강남 재건축 판도 바뀌나

입력 2020-05-29 12:15   수정 2020-05-29 13:26


포스코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1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강남 재건축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강남 재건축은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 양강구도였다. 그러나 이번 수주전에서 포스코건설이 GS건설을 누르면서 건설업계에 파장을 일고 있다. 이제 시공사 선정기준이 '브랜드' 보다는 '실속'이나 '금융조건'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1차 재건축조합은 총회에서 총원 108명 중 사전 투표와 직접 참석을 포함해 107명이 참석했다. 포스코건설은 이 중 64표(60%)를 얻어 시공권을 확보했다. GS건설은 41표(38%), 기권 2표(2%) 등으로 집계됐다.

1984년 준공된 신반포21차는 잠원동 59의 10에 들어선 소규모(108가구)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총 275가구로 탈바꿈한다. 총 사업비가 1020억원 규모로 크지 않다. 지난해 시공사선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전무하면서 공사비를 인상한 바 있다. 3.3㎡당 550만원에서 678만원으로 공사비를 올렸고, 이후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참여의향을 내놨다.

◆"당연히 자이될 줄 알았는데…금융조건으로 돌파"

당초 판세는 GS건설의 '자이'가 우월했다. 단지 주변은 재건축을 통해 '자이' 아파트들이 줄줄이였기 때문이다. 반포자이(3410가구)와 신반포4지구(3685가구)의 중간에 있다보니 이른바 브랜드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GS건설도 신반포21차까지 연계한 약 2.8km의 산책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조합은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후분양을 선택했다. 포스코건설은 공정률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중도금이나 공사 조달금 등에 들어가는 이자비용을 입주할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에도 1개 동의 신반포18차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는 등 작지만 알짜인 단지 수주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과거와는 달리 저마다의 사정에 맞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부동산 규제를 비롯해 강남 재건축 시장상황은 변화가 많다보니 제때 제대로 대응해줄 시공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일(30일) 진행될 반포3주구 수주전을 주목하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의 대표격인 삼성물산과 자체 브랜드를 버리면서까지 수주전에 참가한 대우건설이 맞붙기 때문이다. 반포3주구는 서초구 반포동 1109번지에 지하3층~지상35층 17개동 2091가구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게 된다. 공사비만 8087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강남 재건축 수주전 중 최대어로 꼽힌다.

◆반포3주구, 후분양 삼성 vs 리츠·선분양 대우

반포3주구 조합은 과거 HDC현대산업개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등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다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때문에 계약서에 민감한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모두 예상하고 제시하고 있는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대로 비슷하다. 다만 분양방식과 시기 등과 관련된 조합원의 선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분양시기를 예상하면 삼성은 2024년 3월, 대우는 2022년 3월이다.

삼성물산은 △빠른 착공 △공기단축 △후분양을 내세우고 있다. 내년 5월 착공해 공사기간 34개월로 입주가 2024년 3월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5월에 착공하면 재산세 부과 전 착공이기 때문에 세금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추진하는 후분양은 준공 후 분양이다. 일반적인 후분양과는 달리 100% 준공 후에 일반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고, 후분양을 선택하더라도 조합원 환급금을 조기 지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리츠추진 △조합이 원하는 대로가 핵심이다. 분양방식은 리츠, 선분양, 후분양 등 3가지 모두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현재 가능한 방식은 선분양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3월 착공해 2025년 5월 입주예정을 잡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2022년 3월 전까지 리츠방식을 성공시키는 것이고, 차선은 선분양이다. 후분양으로 가게되면 대우의 신용등급과 준공시기 등을 감안하면 금융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우의 강점은 도급계약서다. 조합의 입찰지침을 거의 수정없이 반영했고 마지막 조항에 "사업참여제안서와 계약내용이 상이한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르겠다"며 조합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미 단지명으로 '트릴리언트 반포'를 제안하면서 자체 브랜드까지 버렸던 터다.

이 현장 또한 삼성의 절대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시공사 선정을 하루 앞두고도 엎치락 뒤치락하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화려한 설계'나 '최첨단 시설' 보다는 실질적인 금융비용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묻고 있다.

대우를 선호하는 조합원은 "계약서대로, 우리 뜻대로 해주겠다니 좋다. 삼성은 계약서 수정문구가 너무 많고 설계기준 변경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을 지지하는 조합원은 "수정한 문구들의 해석을 악의적으로 해서 그렇지 큰 문제로 안보인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눈치 안보는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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