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9%가 석유화학 제품에 집중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1조10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창립 이래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던 2017년(2조9297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기간 매출은 15조원대로 정체 상태다.
원인은 매출의 99%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큰 데 있다. 플라스틱 원재료로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쓰이는 폴리머 매출이 전체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의 원료인 모노머(22%)다. 나머지도 석유화학제품의 가공 원료로 쓰이며 석유화학 회사들에 납품되는 기초유분 등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석유화학 투자를 강화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원료로 한 에틸렌 생산 공장을 짓고, 전남 여수의 폴리카보네이트(PC) 공장과 울산의 메타자일렌·고순도이소프탈산(PIA) 공장 설비도 증설했다. 지난해엔 GS에너지와 유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여수에 신규 법인도 설립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으로 일찌감치 달려갔으며, SKC가 첨단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에서 중국 회사들이 달려들고 있는 석유화학만 쥐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신소재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
롯데케미칼도 지난해부터 사업 다각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였던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결정한 게 시작이다. 2016년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롯데첨단소재는 합성수지와 인조대리석 등 특화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탈(脫)석유화를 위한 ‘태세 전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두산솔루스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 등 동박(얇은 구리판)을 생산하는 회사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롯데알미늄이 2차전지 양극집 전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박을 생산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 일본의 쇼와덴코 지분 4.69%를 1700억원에 사들이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일본 히타치케미컬 인수를 두고 경쟁한 곳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히타치케미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기술을 갖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은 쇼와덴코 지분을 투자 목적으로 샀다고 설명했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신사업 인수에 나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롯데케미칼은 추가적인 M&A 기회도 엿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M&A 시장에 나온 3~4개 회사의 매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각 계열사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김연섭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견조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M&A 기회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3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하겠다”며 “신규 사업도 예정대로 잘 진행해 적극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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