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내놓은 250조원 규모 대책은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버티기’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1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추진계획은 방어를 넘어 ‘도약’에 방점을 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요성이 커진 디지털·비대면 산업과 친환경산업을 집중 육성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들어갔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번에 내놓은 한국판 뉴딜 사업은 시작일 뿐”이라며 “오는 7월 발표할 뉴딜 종합계획엔 훨씬 더 포괄적이고 큰 규모로, 긴 구상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의 세부 사업이 대부분 ‘재탕’인 데다 고만고만한 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판 뉴딜로 55만 개 일자리 창출
한국판 뉴딜은 ‘고용안전망 강화’라는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됐다. 투자 규모는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 2023~2025년 45조원 등 총 76조3000억원이다. 올해 국가 전체 예산(512조3000억원)의 15% 수준이다. 정부는 이 돈을 투입해 2022년까지 5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 뉴딜에는 2022년까지 1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크게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6조4000억원)와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8000억원), 비대면산업 육성(1조4000억원),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4조8000억원) 등 네 갈래로 추진한다.
비대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모든 초·중·고교 교실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구축할 계획이다. 노인·만성질환자 등 42만 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기반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디지털 포용 부문에선 도서벽지 등 농어촌 마을 1300곳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한다. 또 주요 도로 간선망에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등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선도형 경제로 전환”
그린 뉴딜에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활성화하고, 공공건축물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대책이 포함됐다.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세부적으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에 가장 많은 5조8000억원을 쓴다. 오래된 어린이집(1058곳), 보건소(1045곳), 공공임대주택(1만6000가구) 등에 고효율 단열재나 환기시스템을 보강하는 ‘그린 리모델링’을 시행한다. 전국 모든 상수도 관리 체계를 AI 기반의 스마트 관리 체계로 바꾸는 대책도 담겼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에는 5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올 하반기에만 산업단지와 주택·건물·농촌 태양광 발전소 보급에 3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화물차 등 노후 경유차 15만 대는 전기·액화석유가스(LPG) 기반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1조7000억원이 소요되는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에는 △혁신환경기술 보유기업 100곳 지원 △유망 환경기업 대상 융자 1조원 공급 등 대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고용안전망 강화에도 2022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재정 지원 등에 2조7000억원, 예술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가입 지원 등에 9000억원, 미래적응형 직업훈련체계 개편에 5000억원을 배정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 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한국형 뉴딜로 우리 경제를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전환해나가면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강영연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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