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성적이 궁금해진다. 최근 발표한 1분기 수익률은 -6.0%였다. 3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외 주식 수익률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고 성과의 배경을 밝혔다. 1분기 이후 지난달 27일 현재 코스피와 MSCI월드(world)지수가 각각 15.8%, 13.2% 상승했으니 국민연금의 성과도 개선됐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연기금들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글로벌 5대 연기금 중 1분기 성과를 발표한 곳을 보면 노르웨이 GPFG는 -14.6%, 네덜란드 ABP는 -9.8%를 기록했다. 일본 GPIF는 현지 분석과 보도를 종합해 보면 -10%대로 추정된다. 이들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선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견해가 있겠으나 답은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각 연기금은 저마다의 운용 목표와 철학, 전략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데, 해외 연기금들은 국민연금에 비해 주식,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강세였던 지난해에는 11.3%를 기록한 국민연금보다 성과가 좋았지만 이번 팬데믹(대유행)과 같은 시장에서는 매우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한 발 떨어져서 봐야 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시장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매년 수익률이 변동하지만 오르내림 속에서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수익을 추구한다. 1분기 수익률에 낙제점을 줘야 할지, 선방한 것으로 평가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이번 팬데믹 속 국민연금의 투자가 미래에 어떤 성과로 돌아올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국민연금의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글로벌 경제와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국민연금에는 패러다임 전환 이후를 보는 긴 안목의 전략이 요구된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외 연기금들이 -20%를 기록할 때 -0.2%로 선방하고 이듬해인 2009년과 2010년 연속 10%를 넘는 성과를 거두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 경험을 살려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기투자자로서의 철학과 중심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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