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가 하면 구축과 신축 가릴 것 없이 억대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수원시는 팔달구와 광교신도시만 규제지역이다가 지난 2월 발표된 부동산 규제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이로 인해 청약과 대출규제가 강화됐고,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전매제한이 등기 이후로 연장됐다. 그럼에도 청약경쟁률은 여전이 높은데다 구축 아파트들의 거래도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이처럼 시장에 흔들림이 없자 수요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규제 이후 내 집 마련이 수월할 줄 예상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어서다. 예비청약자들은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무주택자들이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전략을 짜는 한편, 유주택자나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은 분양권이나 무순위 청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수원 내 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를 보더라도 4월 기준 66만3478개 구좌로 1년 전(2019년 4월, 60만1093개 구좌)보다 무려 6만 개 이상 늘었다. 처음으로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된 2018년 12월(58만3084개 구좌)와 비교해보면 8만명 이상이 새롭게 청약종합저축 통장을 개설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원시 최고 분양가 무색한 통장 1만8000개
수원시에서 최고 분양가로 공급된 아파트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이 나왔다. 대우건설이 수원시 정자동에서 선보인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 아파트가 1순위에서 평균 40.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0개의 전주택형이 마감됐다. 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특별공급을 제외한 총 452가구 모집에 1만8262개의 통장이 접수됐다. 전용 84㎡A형이 130가구 모집에 1만257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인 78.9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3.3㎡당 분양가 2000만원에 육박해 수원 최고 분양가를 세웠다. 전용 84㎡A형의 분양하는 7억2700만원으로 수원에서 7억을 처음으로 넘었다. 하지만 수원 집값이 지난해부터 부쩍 오르면서 주변 신축 아파트들의 시세가 10억원을 웃돌았다. 결국 '최고가 아파트 임에도 로또'가 되는 기현상이 나왔다.
지난 2월 규제 이후 새롭게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영통구, 권선구, 장안구에서는 여전히 두 자릿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2·20대책이 적용된 이후 분양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살펴보면 △더샵 광교산 퍼스트파크(장안구) 22.5대 1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권선구) 16.4대 1 △영통자이(영통구) 15.9대 1 등이다.
수원 부동산 시장은 규제 이전부터 '거품 논란'이 있었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요인을 두고 서울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분석과 수원 자체의 새 아파트 수요가 늘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규제 직전인 지난 2월 중순 1순위 청약을 받은 팔달구 소재의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용 84㎡에서 청약가점 만점자가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청약가점 만점은 84점으로, 무주택 기간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각각 15년을 넘고 부양 가족이 6명 이상이여야 한다. 이를 두고 가점 높은 무주택자가 청약할 정도로 수원 내 실수요층이 탄탄하다는 해석이 많았다.
◆규제 비웃듯…"거래량 늘고 집값 더 올라"
수원은 보란듯이 아파트 매매거래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2020년 1~3월) 수원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1만980건으로 지난해 1분기(2019년 1~3월)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집값 역시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팔달구 규제 이후 17개월 동안(2019년 1월~2020년 4월) 수원의 3.3㎡당 매매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현재(4월) 수원의 3.3㎡당 매매시세는 1358만원으로 2018년 12월(1142만원) 대비 무려 18.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전보다 이후 집값이 더 큰 폭으로 뛴 단지도 있다. KB부동산시세 자료를 보면 팔달구의 ‘래미안노블클래스1단지’(2009년 8월 입주) 전용 84㎡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1년간(2018년 1~12월) 평균 매매시세가 1500만원(4억5000만→4억6500만원) 상승했다. 반면 규제 적용 이후 1년 동안(2019년 1~12월) 4250만원(4억6500만→5억750만원) 오르며 무려 3배 가까운 상승폭 차이를 보였다.
최근 1년 사이 억대 프리미엄이 붙는 단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팔달구의 ‘월드메르디앙’(2004년 6월 입주) 전용 84㎡는 1년 동안(2019년 5월~2020년 5월) 평균 매매가격이 1억5000만원(3억9000만→5억4000만원) 올랐다. 장안구의 ‘영통아이파크캐슬1단지’(2019년 3월 입주) 전용 84㎡는 동기간 무려 1억9000만원(5억9000만→7억8000만원) 뛰었다.
매교동의 A공인 관계자는 "지난 2월말에는 규제가 발표되고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이전 못지 않게 시장이 활발해졌다"며 "규제 전에는 외지 투자자들까지 모였던 투기판 시장으로 과열됐지만, 이제는 수원 내 수요자만으로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수원에는 각종 개발호재가 집중됐고 탄탄한 주택수요도 갖추고 있다"며 "외지 투자 수요가 빠졌다고 해도 당분간 청약경쟁률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은 가점에도 내집 마련을 고려한다면 분양권 매수나 무순위 청약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청약을 받는 아파트에도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이 지난 4월에 공급한 영통구 망포5지구 ‘영통자이’ 아파트다. 공급 대상은 전용면적 75㎡A 주택형으로 3가구 이다. 분양가는 5억5100만원이다. 만 19세 이상의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오는 4~5일에 전매제한이 풀릴 예정인 권선구 곡반정동 '수원 하늘채 더퍼스트'의 분양권도 매수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미 작년말 14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7만1222명이 몰리면서 화제가 된 아파트다. 6개월 전매제한 뒤 억대의 웃돈이 예상됐는데, 실제 억대로 붙었다.
곡반정동 B공인 관계자는 "분양권에 1억7000만~2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매수, 매도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수원 아파트값은 오늘이 가장 싸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합원의 웃돈이 더 낮은 편인데, 승계조건과 여러가지 조건들을 감안하면 투자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며 "분양권 매수시에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로 집값 떨어질 줄 알았는데" 후회하는 청약자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내 수원에서 분양하는 신규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수원에서 공급이 확정된 신규 아파트는 5곳, 8194가구다.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은 팔달구 인계동 847의 3번지 일원에서 팔달10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수원 센트럴 아이파크 자이’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25층, 30개동, 전용면적 39~103㎡ 총 3432가구 규모다. 이 중 216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KCC건설은 장안구 연무동 수원 111의 5구역 주택재건축을 통해 ‘서광교 파크 스위첸’(가칭) 113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서광교 파크 스위첸은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총 9개 동, 전용면적 52~84㎡, 총 1130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다. 이 중 이번 일반분양 대상은 전용 52~84㎡, 374가구이다.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9월 영통구 망포지구 4·5블록에 141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10월에는 중흥건설이 팔달구 지동 115의 10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1154가구, 한화건설은 장안구 파장동 일원에 106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내에서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가치 상승 여력이 높은 지역을 정부 차원에서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번 상승세를 탄 수원 집값이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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