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불법 시위 영상을 앱을 통해 제보해 달라고 하자 케이팝(K-pop·K팝)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 영상을 마구 보내 앱을 마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등에 따르면 댈러스 경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위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와 관련한 영상을 '아이워치 댈러스(iWatch Dallas)'라는 자체 앱을 통해 보내달라고 트위터 등을 통해 요청했다. 그러자 갑자기 방탄소년단(BTS) 샤이니 태민 등 K팝 스타들의 사진과 영상 등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은 또 경찰이 시위자들을 위협하는 동영상 등도 아이워치 댈러스 앱에 무차별적으로 보냈다.
시민들은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동숲) 영상과 애니메이션 화면 등도 잇따라 보냈다. K팝 팬 등이 경찰이 요구한 것과는 상관이 없는 동영상들을 마구 보내면서 댈러스 경찰의 신고 시스템에는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댈러스 경찰은 다시 트위터를 통해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일시적으로 아이워치 댈러스 앱이 다운됐다"고 밝혔다.
버즈피드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아이워치 댈러스 앱 페이지에는 경찰을 비난하는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모든 경찰은 악당이다(ACAB·All Cops Are Bastards)",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등과 같은 항의 문구를 담아 경찰을 비난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K팝 팬 등 시민들의 이 같은 행동은 트위터 사용자 @7soulsmap이 댈러스 경찰의 트윗 스크린샷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이 트윗은 2만5000회 이상 리트윗되고, 4만5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붙었다.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미 전역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 등 시위가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전역의 시위 사태와 관련해 군대를 포함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는 2일 "K팝 지부가 미 전역의 경찰을 끌어내렸다"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어나니머스 K팝 지부는 '팬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댈러스 경찰의 앱에 대량의 팬캠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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