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촉법소년 형사처벌, 사회적 공론화 더 필요"

입력 2020-06-02 18:11   수정 2020-06-02 18:13


청와대는 2일 '렌트카를 훔쳐 사망사고를 낸 청소년에 대한 엄중 처벌을 원한다'는 국민 청원과 관련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처벌 부과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답변자로 나선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범죄소년을 교육시켜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 달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4월2일부터 한 달 간 100만7040명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지난 3월29일 새벽 대전에서 훔친 렌트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 검문에 걸리자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면서 사망사고를 냈다"면서 "사고를 낸 청소년들의 엄중 처벌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사망자는 올해 대학에 입학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대행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 이는 사람을 죽인 끔찍한 청소년들의 범죄"라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 청소년들을 꼭 엄중 처벌해달라"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본 청원 사건의 가해 청소년 8명은 모두 법원의 소년보호사건 전담재판부인 소년부로 송치돼 이들 중 7명은 판결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7명 중 2명에게는 2년의 장기소년원 송치처분이 내려졌고, 4명은 2년의 장기보호관찰 및 6개월 시설위탁 처분, 나머지 1명은 2년의 장기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면서 "사고 당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한 이모군은 추가 범죄가 발견돼 계속 심리 중"이라고 부연했다.

강 센터장은 "정부는 촉법소년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아픔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소년법 개정과 관련된 4차례의 공청회와 6차례의 국민청원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가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촉법소년 연령을15세로 14세로 하향 조정했지만 오히려 재범률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견돼 2012년 다시 15세로 상향 조정한 덴마크의 예를 설명하고,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인하가 범죄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외 사례도 찾을 수 없었다"덧붙였다.

또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처벌 부과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다만 정부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촉법소년의 재비행을 방지하기 위한 소년보호처분의 내실화를 비롯해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보호관찰 처분을 대폭 강화하고,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엄정히 감독해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는 한편, 보호관찰관 제도 확대 운영 및 보호자 특별교육 등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센터장은 "최근 법무부에서는 소년범죄를 줄이고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나 지난 4월23일 학계·법조계·종교계·시민단체 등 22명의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첨언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최고의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소년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모아 국민께서 납득할 때까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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