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로잡은 48인치 OLED T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의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런데도 ‘재고 제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제품이 있다. 유기물질을 활용해 고화질을 구현한 OLED TV다.
이달 정식 출시되는 LG전자의 48인치 제품은 좁은 집이 많은 유럽과 일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물량 쟁탈전이 치열하다. 거실이 크지 않은 집에 딱 맞는 크기의 제품인 만큼 수요가 넘친다. 지금까지 나온 OLED 제품은 모두 50인치 이상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48인치는 물론 55인치와 65인치, 77인치 제품도 수요를 맞추는 게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TV는 코로나19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품목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 출하된 TV는 430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4%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출하량은 오히려 2.6% 늘었다. 고가 제품을 찾는 수요는 줄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트업체 19곳…패널 공급 부족
OLED TV가 ‘귀하신 몸’이 된 또 다른 이유는 패널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OLED TV용 패널을 만드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 한 곳뿐이다. 반면 OLED TV를 생산하는 세트 업체는 19곳에 달한다. 2013년 LG전자를 시작으로 중국 스카이워스, 일본 소니, 유럽 필립스 등이 OLED TV를 생산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일본 샤프, 중국 화웨이, 미국 비지오 등이 OLED TV 진영에 합류했다.
패널 부족 현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OLED TV 패널 출하량은 330만 장, OLED TV 세트 판매량은 300만 대로 집계됐다. 출하된 패널의 약 90%가 TV로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팔려나갔다는 얘기다. 소비자 애프터서비스(AS)를 위해 10% 안팎의 패널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판’인 셈이다. LCD TV는 TV 판매량을 패널 출하량으로 나눈 비율이 70% 정도에 불과하다.
LG 광저우 공장서 연말 본격 양산
OLED TV 패널 공급난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는 올해 말이 돼야 조금씩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공장은 월 6만 장(유리원판 투입 기준)의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세트업체로부터 품질인증을 받는 등의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 때문에 본격 양산 시점이 6개월 정도 늦춰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세기를 투입해 기술 인력 500여 명을 현지에 파견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를 비롯한 세트업체들은 광저우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옴디아는 내년 OLED TV 판매량을 올해(350만 대)의 두 배 수준인 607만 대로 예상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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