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부산지법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2일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 장소,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사안 중하다"면서도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 증거인멸 염려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 전 시장이 혐의를 시인했고 일흔이 넘는 고령이라는 점 등이 구속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 전 시장이 두 차례 암 수술을 한 이력을 재판부가 의식했다고 판단한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유치장에서 대기 중 혈압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외출을 얻어 병원 치료를 받고 오기도 했다.
동래경찰서 유치장에 대기하고 있던 오 전 시장은 곧바로 풀려나 귀가했다.
오 전 시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스스로 범행이 용납이 안 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향후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은 총선을 염하고 사퇴 시기 등을 조율했는지 등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할 계획이었다.
다만 영장 기각으로 앞으로 수사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찰은 영장 기각 이후 "자체 회의를 열어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하고 오 전 시장이 받은 다른 의혹에 대해서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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