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프랑스에서도 '과거 인종차별 항의집회' 격화

입력 2020-06-03 07:35   수정 2020-09-01 00:02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자 프랑스에서도 과거 경찰에 연행돼 숨진 흑인 사건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묻는 항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릴 등 대도시에선 시민들이 2016년 경찰에 연행돼 숨진 20대 흑인 청년을 기리는 추모집회를 강행했다. 파리경찰청의 개최 불허에도 일부 시위대가 불을 지르는 등 집회가 번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흑인 청년 트라오레는 2016년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한 주택에 숨어있다가 체포돼 연행된 뒤 갑자기 사망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땐 손엔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트라오레를 체포한 3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이 체중을 실어 트라오레를 올라타 제압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이들 경찰관의 책임은 없다는 결론이 지난달 말 나왔다.

파리경찰청은 인종차별을 일삼는다는 시위대 주장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디디에 랄르망 파리경찰청장은 최근 소속 다수의 경찰관에 "우리는 폭력적이지도 않고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다. 경찰이 폭력과 인종차별을 일삼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경찰관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에 청장은 이 메일에서 "공명정대함을 구현하는 데 실패하는 경찰관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면서도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꿈꾸는 세력이 공권력에 도전한다면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경찰 당국은 미국처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 위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0명 이상 회합이 금지된 점을 들어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시위대가 폭력 및 약탈을 저지르는 행태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다만 당국의 금지 발표에도 파리시민 수천명이 파리 법원청사 앞에 모여 경찰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시위대가 집기에 불을 지르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마르세유, 릴 등 다른 대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프랑스에선 종전에도 흑인 청년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나 폭력이 문제가 된 적이 수 차례 있었다. 2017년 2월엔 파리 서북부 올네수부아에서 22세 흑인 청년이 경찰관들에게 집단폭행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흑인 청년들이 당시 파리 근교 곳곳에서 방화를 저지른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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