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폭력시위 배후 논란 '안티파'…'테러단체'엔 물음표

입력 2020-06-03 08:48   수정 2020-09-01 00:04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폭력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티파(Antifa)'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약탈, 방화 등 폭력사태로 번지게 된 배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티파'를 지목하며 이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겠다는 경고를 남겼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이다. 극우세력에 해당하는 신(新)나치주의와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를 배격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포괄하는 용어다. 이들은 정부나 경찰을 신뢰하지 않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기 사용도 정당화하는 특징이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018년 보고서에서 안티파 문헌상 추종자들이 합법적 시위뿐만 아니라 좀 더 대립적인 행동도 추구하도록 조장한다고 적었다. 또 추종자들이 백인우월주의자 활동 감시, 적으로 인식된 이들의 온라인상 개인 정보 공개, 자기방어 훈련법 개발, 파시스트 성향의 연설 및 행사 취소 강요 등 활동을 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AP는 안티파와 관련된 이들은 지난 3년간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큰 시위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2017년 여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행진에 반대하기 위해 동원됐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극우단체와 반복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가 이번 폭력 시위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안티파가 폭력을 부추기며 테러행위에 관여한다"고 비난하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1일 브리핑에서 안티파를 "이번 시위에서 비중이 큰 부류"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안티파는 극우와 싸우기 위한 70~80년대 영국과 독일의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이들을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의 개입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드는데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도 불분명하다.

관련 저서를 집필한 럿거스대의 역사학자 마크 브레이는 회원들이 혁명적이고 반독재적인 관점을 옹호하지만, 존재를 곧바로 알아차릴 정도의 계급 구조나 보편적 전술은 없다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들이 전국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가장 합심해서 노력했을 때도 겨우 200명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브레이는 "안티파와 관련된 이들이 시위에 참여하지만, 공식적인 회원 명단이 없고 동원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체가 불분명하기에 테러단체 지정 역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안티파가 별개 조직이거나 중앙집권화한 조직이 아니기에 지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설령 미국 내 실체가 있다고 해도 국무부가 지정하는 해외 테러단체 리스트에는 포함될 수 없다. 안티파의 행동을 테러행위로 규정할 수는 있지만, 테러단체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WP는 "법률상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고 AP는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내 테러행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주기적으로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처벌할) 단일한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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