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놓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공룡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과 화상 전체회의(Virtual workout)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는 게시물을 제재하지 않기로 한 회사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든 결정이었지만 결심은 확고하다"고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의 원칙과 정책은 자유로운 발언을 지지한다"며 "우리가 지금 해야할 올바른 행동은 이 논란을 끝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화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정책 검토 결과는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했다고도 설명했다. 페이스북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페이스북이 허용하는 '공권력 행사(state use of force)'에 기반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SNS에 퍼진 경찰의 과잉 진압 관련 사진과 동영상에 대해서 페이스북이 향후 정책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저커버그 CEO는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게시물이 선동적이고 유해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페이스북의 정책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NYT는 저커버그 CEO가 당초 오는 4일 화상 전체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제재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반발, 전날 직원 수백명이 화상 파업을 벌이자 일정을 이틀 앞당겨 해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 조장 등을 금지한 페이스북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가 규제를 두려워 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저커버그 CEO의 입장은 트위터와 상반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가려버리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 흑인 사망 항의 시위자들을 '폭도(thugs)'라고 지칭하면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트윗글을 올렸다. 이 글은 1960년대 윌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사용했던 문구로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 협박으로 널리 회자된 문장이다. 하지만 트위터는 즉시 이 트윗이 노출되지 않게 막아버렸다. 외신들에 따르면 잭 도시 트위터 CEO가 직접 이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운영 규정상 폭력을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게시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운영 규정을 가졌지만 유독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규정을 온건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저커버그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제재하라는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는 화상 파업을 넘어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전날 저커버그 CEO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같은날 밤 저커버그 CEO의 자택과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는 페이스북의 결정을 비판하는 시위도 전개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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