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노비오, 한국서도 코로나 백신 임상

입력 2020-06-03 17:22   수정 2020-09-01 00:03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노비오는 한국인 과학자 조셉 김이 세운 회사다. 정부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111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첫 백신 임상 돌입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식약처로부터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INO-4800)의 1·2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3일 발표했다. 국내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이 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노비오는 코로나19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올 4월 미국에서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이르면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임상 승인에 따라 국내 건강한 성인 160명에게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다.

IVI에 따르면 이노비오의 INO-4800은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한 지 12일(근무일 기준) 만에 승인받았다. 이철우 IVI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내임상시험 프로젝트 책임자는 “허가와 심사 경험이 많은 심사자의 밀착 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이 빠르게 이뤄졌다”며 “행정적 지원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간 단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특례 수입을 결정했다.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에 1000억원 지원

이들 백신과 치료제는 모두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국산 치료제와 백신이 없으면 건강 주권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임상 연구 등 전주기 연구개발(R&D)에 111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혈장치료제다. GC녹십자, SK플라즈마 등이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개발될 수 있도록 임상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 혈액 속에 든 항체, 면역글로불린을 농축해 치료제로 만든 것이다. 완치자의 혈장이 많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혈장 기증을 약속한 완치자는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만 18세 이상~65세 미만 완치자 중 완치·격리해제 후 14일 이상 경과한 사람은 참여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했다.

항체치료제는 셀트리온 등이 개발하고 있다. 하반기 임상시험에 들어가 내년에 개발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 다른 질환 치료제로 사용하던 약물을 코로나19용으로 다시 개발하는 약물재창출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국내서 10종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이 중 천식치료제인 시클레소니드, B형 간염 치료제인 클레부딘(부광약품 레보비르), 이펜프로딜 등은 올해 임상시험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국산 백신 내년 생산 목표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백신 중 임상이 임박한 것은 3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합성항원 백신은 내년 하반기, 제넥신 등이 개발하는 핵산 백신은 내년 12월~2022년께 생산을 목표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의료기기 국산화도 추진한다. 감염병 예후예측모델을 개발하고 방역장비·진단기기 국산화를 위해 460억원을 투입한다. 인공호흡기, 핵산추출기, 진단키트, 검체채취키트, 이동형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 언택트 모니터링 시스템, 인공지능(AI) 영상진단, 자동흉부압박기 등 8개 품목은 2022년까지 집중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2023년부터 국산 에크모, PCR 장비, 인공콩팥(CRRT) 등의 부품 개발을 늘릴 방침이다.

이지현/박상익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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