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펀드 투자를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 규제가 촉발된 뒤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성장금융은 국내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바탕으로 잠재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을 자생적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초부터 소부장 전용 프로젝트 펀드 출자사업에 착수한 이래 현재까지 3곳의 기업에 약 260억원을 투자했다. 출자사업에 지원한 수 십여 곳의 위탁운용사(GP) 중 3곳의 위탁운용사(GP)를 선별한 뒤 이들이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민간의 신규 투자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도 지난 4개월여 동안 적극 투자처를 발굴해온 결과다. 출자펀드 전체 및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거래까지 합하면 총 투자 규모는 1600억원이다.
첫 투자는 항공기 부품 업체 율곡에 150억원을 베팅했다. 율곡은 항공기의 기계가공 부품, 날개 부분 제조 및 조립에 특화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주요 협력업체로,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의 대형 민항기에도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성장금융은 JKL파트너스·WJ PE 컨소시엄이 약 1000억원 규모로 율곡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핵심 출자자로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PE 출신의 장원재 대표가 신설한 PE인 WJ PE가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150억원을 출자해준 것이다. 항공산업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율곡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WJ PE 관계자는 “율곡은 그동안 국산 설비 투자에 중점을 뒀고, 재투자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그 결과 2017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2배가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투자 건은 50억원을 투자한 2차 전지 양극재 기업 에스앰랩(SMLAB)이다. 에스엠랩은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단결정 구조의 양극재 소재를 양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장금융은 한국투자파트너스 내 PE 부문이 1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절반인 50억원을 출자했다. 에스엠랩은 한투파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벤처캐피팔(VC) 등로부터 52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자금은 에스엠랩이 개발한 양극소재의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대규모 설비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한투파 관계자는 “배터리 양극재 분야 기술은 국내 회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점유율은 아직 낮다”며 “에스엠랩은 양극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추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금융은 또 국내 검사 장비 업체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신생 PE가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나섰다. 이 업체의 경우 안정적인 기존 사업에 더해 추가 개발한 신기술의 사업화를 통한 고성장이 기대돼서다.
성장금융이 소부장 기업 투자에 팔을 걷어부친 것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성장금융은 지난해 말 투자운용본부 내 전략적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분 투자 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한 뒤 프로젝트 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장금융은 1000억원의 투자금을 신속하게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중 무역 전쟁 및 코로나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금을 필요하는 기업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개별 프로젝트 펀드 당 전체 투자금의 50% 이내인 최대 300억원까지 출자해준다. 금융기관 등 민간 출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최우선 선정 조건은 투자자금이 실질적으로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지 여부다.
아울러 투자자금이 실질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사용되는지 여부와 투자구조, GP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국내 소부장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도 주요한 결정 요소다. 수시 접수로 제안을 받는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주요 회계법인, 민간 출자기관 내 주요 파트너들과 소부장 기업 관련 정보 공유를 협력하며 투자처를 발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펀드의 특성상 투자 전략이 명확하고 투자매니저가 역량을 보유한 경우 신생 GP의 제안도 충분히 출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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