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도 만들라' 김여정 호통에…통일부 "대북 전단 살포 막는 법률 제정하겠다"

입력 2020-06-04 11:14   수정 2020-06-04 13:51



통일부가 4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며 "법률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이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고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대북전단 문제가 끼치는, 남북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당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은 이밖에도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평가가 적잖다. 지난달에는 북한이 한국군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사과는커녕 진상조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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