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1.1조원 순매수 뒤엔 '콘탱고' 있었다

입력 2020-06-04 17:29   수정 2020-06-05 01:42

코스피200 선물시장이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처음으로 현물 가격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콘탱고’라고 부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지만,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서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286.25로 코스피200 현물지수(285.91)를 0.34포인트 앞섰다. 일반적으로는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비싼 콘탱고 현상이 ‘정상시장’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3월 급락장 이후 국내 증시에선 이 반대 현상인 ‘백워데이션’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자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의 ‘현물 매도-선물 매수’를 통한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지자 헤지(위험 회피)와 숏(매도 베팅) 수요가 모두 코스피200 선물시장으로 쏠렸다. 이 때문에 201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현물지수보다 선물지수가 더 낮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2개월여 만에 코스피200 선물을 외국인이 사들이면서 다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아졌다. 이는 기관 매수로 이어졌다. 선물 가격이 오르자 기관(금융투자)이 싼 현물을 대거 매수하고, 비싼 선물을 매도하는 차익 거래에 나선 것. 3일 금융투자가 코스피200 현물을 1조원 넘게 순매수한 이유다. 주가는 크게 올랐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현물을 순매수한 이유는 현물 잔액이 귀해졌기 때문”이라며 “콘탱고 폭은 크지 않았지만 최근 선물 저평가 상태가 잦아지면서 기관들로선 현물 잔액을 쌓아놓고 백워데이션이 발생하면 청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즉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매수 차익 거래에 진입한 뒤 선물이 다시 싸지면 반대 거래(현물 팔고, 선물 매수)를 통해 차익 청산을 하려는 의도란 설명이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시장에 유입된 것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거시경제 여건과 경기가 회복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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