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까지 압박하는 거대 여당

입력 2020-06-04 17:46   수정 2020-06-05 00:49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판결을 주문하는 듯한 공개발언 등을 내놓으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3권 분립을 위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김영진·김한정·김용민·김홍걸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학술토론회를 열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모두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영진 의원은 “공직선거법 250조(허위사실공표죄)로 인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과도한 제재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고, 재선거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히 소모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양승태(전 대법원장) 사법부의 법관 인사를 총괄했던 김연학 부장판사가 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부정했다”며 “자정하기 어렵다면 국회와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사법농단’의 피해자이자 폭로자로 알려져 총선 당시 민주당에 영입됐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만호 비망록’을 언급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법무부와 검찰, 법원을 압박하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로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받았으며,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민주당의 잇따른 사법부 압박을 두고 야권에서는 ‘법치주의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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