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상승폭도 점점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이날 다우지수는 2.05%나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6% 올랐습니다. S&P500 지수는 이제 사상 최고치에 8% 차이로 육박했고, 나스닥100 지수의 경우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증시 내부를 살펴보면 경기순환주가 경기방어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기술주에 크게 뒤쳐졌던 가치주, 그리고 중소형주 등 낙폭이 컸던 주식들이 더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나스닥 지수가 0.78% 상승한 데 그친 게 이런 현상을 대변합니다.
이날 아침 일찍 발표된 ADP의 민간고용 보고서가 증시에 불을 질렀습니다. 5월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276만개 감소한 것으로 발표돼 월가 예상(875만개 감소)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기업들이 경제 재가동과 함께 점점 해고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실업은 5월이 아니라, 4월을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습니다.
4일 아침 8시30분(한국시간 4일 밤 9시30분)에 발표될 지난 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여전히 18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시장은 신규 신청건수보다 일주일 이상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가 얼마나 감소했는 지를 더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실업보험을 청구한 수는 386만건 감소해 경제 재개와 함께 직장이 복귀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줬었습니다.
이처럼 증시에서 나타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이제 채권, 상품, 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증시 반등 속에서도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죠)
미 국채시장에서 10년물은 이날 0.745%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0.771%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5일간 8.4bp(1bp=0.01%포인트) 올랐고, 한달간은 12.9bp 상승했습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는 더 가파릅니다. 지난 5일간 16bp, 한달간은 28.4bp 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짦은 2년물은 지난 5일간 2.6bp가 올랐고, 지난 한달간은 제자리 걸음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채 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조금씩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건 경제 회복에 낙관적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2년물 등 단기물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연계되어해 움직이지만, 10~30년물은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서 은행주들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금 값이 주춤하고, 산업 수요가 많은 구리 값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달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지난 3월19일 1.97달러에서 크게 반등한 겁니다. 특히 최근 5일간 3.52%나 급등했습니다. 미국의 경제 재개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재개되고 주택 수요가 조금씩 살아난 영향입니다.
대신 금 값은 오늘 1.7% 하락해 간신히 온스당 1700달러선을 지켰습니다. 올들어 12%나 급등했지만 이번 주에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 97.325로 마감됐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 계속 100 이상을 지켰던 달러 가치는 이번주 사흘 연속 내렸습니다. 3월20일 저점에 비하면 5% 넘게 하락했습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금 가격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세계 각국의 경제 재가동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경우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달러의 움직임을 잘 살펴봐야한다"며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플레이션은 경기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살아나되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는 아닌 적당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상 달러가 약세, 유로 등 기타통화가 강세를 나타냅니다. 또 구리 등 상품 가격이 오르며 장기물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집니다. 또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면서 신흥국 자산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달러 약세로 리플레이션 애셋이 강해질수 있으며,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해외증시와 이머징마켓 자산이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더 많이 오르는 것도 달러 약세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히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약해질 것이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까지 떨어진 것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Fed는 그동안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통화를 풀었다. 우리는 그동안 대폭 떨어졌던 영국 파운드화가 강한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