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입장문을 통해 "수면제 없인 한숨도 못 자는 상황"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피해 여성은 4일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의 모순에서 대형 로펌의 명성을 실감했고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은 결코 없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향후 재판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적 반론으로 대응해주셨으면 한다"며 "그것이 피해자인 저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일 줄로 안다"고 했다.
피해 여성은 "구속영장 기각 전 유치장에서 가슴 통증으로 40여분 진료를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개개인의 고통을 계량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루 15알이 넘는 약을 먹으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 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인지 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며 "현실적인 해결이란 말을 앞세워 저와 제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누구에게라도 합의를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지역 여성단체들도 오 전 시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사)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부산여성NGO연합회, (사)부산광역시 구·군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오 전 시장의 혐의가 중대함을 인정해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담당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2의 도시 수장이 집무실에서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성추행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며 "오 전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사회 정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위계를 이용해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이자 남성중심적 조직사회에서 일어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부산시는 현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고 성평등한 조직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법원 역시 편파적인 수사와 판결로 남성중심적 권력이 지배하는 사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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