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풀이
空:빌 공
中:가운데 중
樓:다락 누(루)
閣:집 각
공중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근거가 없는 가공의 사물을 이름-<몽계필담>
송나라 학자 심괄이 쓴 <몽계필담>에는 공중누각(空中樓閣)의 어원이 되는 대화가 나온다. 대화의 배경은 등주라는 고장으로,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지방이다. 경관이 뛰어나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
“여보시게, 저기 내 손가락 끝에 아물거리는 게 무엇인가?” “이 사람 참, 자네 손끝엔 앞산밖에 더 있나. 보이긴 뭐가 보인다는 거야?” “아니, 이쪽으로 와서 좀 보시게. 저 하늘 끝에 도시가 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무슨 도시가 있겠나. 자네에게 헛것이 보이는 거지.”
이런 다툼이 생긴 것은 봄과 여름이 되면 태양의 방향에 따라 큰 도시와 높은 건물의 모습이 저 멀리 하늘가에 아련히 비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친 풍경을 등주 사람들은 바다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뜻으로 ‘해시(海市)’라고 불렀으며, 허공에 세워진 집이라고 해서 공중누각이라고도 했다. 공중누각은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하여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요즘말로 ‘신기루(蜃氣樓)다. 신(蜃)은 무명조개를 가리키며, 용의 일종인 이무기를 이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바다의 신기루를 보고, 이것이 바다 속에 사는 무명조개나 이무기가 토해내는 기운이 뭉쳐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기초가 허약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사상누각(沙上樓閣)도 의미가 비슷하다.
공중누각이나 신기루는 근거가 빈약한 상상력이다. 빛의 굴절이 만들어낸 허상(虛像)일 뿐이다. 노력하지 않고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바라는 꿈이 바로 공중누각이자 신기루다. 토대가 단단해야 그 위에 빛나는 건물을 짓고, 씨앗이 영글어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배움은 토대를 단단히 하고 씨앗을 영글게 하는 과정이다. ‘오늘’이라는 ‘작은 인생’이 알차면 삶은 절로 풍성해진다. 허상을 좇지 말고 하루하루 내일로 가는 단단한 디딤돌을 놓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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