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막을 방법 없는데…온라인시험 요구에 학교는 '속앓이'

입력 2020-06-05 13:57   수정 2020-06-05 14:06


대학생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을 이유로 기말고사 온라인 시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학교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대행기구인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5일 코로나19로 학생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라며 비대면 기말고사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연석회의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학생들이 기말고사 대면 실시를 우려하고 있다"며 "기말고사는 전면 비대면 실시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대면 시험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말고사 방식을 교수 재량에 맡기고, 대면 시험을 볼 경우 감염 예방조치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연석회의는 비대면 오픈북 시험, 리포트 대체 등 대안 마련을 요청하고 대면·비대면 방식 모두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며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도 요구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지난 1일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위험을 가중하는 대면수업과 대면시험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에서 확진된 대학생 2명이 중간고사를 보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교직원과 학생 200여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며 학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한양대 총학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학생 4300여명을 대상으로 '대면 시험·대면 수업 진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9%가 '기말고사는 비대면시험으로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대면 수업을 반대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78.5%에 달했다.

총학은 "학교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가장 최우선으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부터 고민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학교본부가 보여준 태도는 학교본부가 대학을 '교육의 장'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비대면 시험 요구에 학교 측은 속앓이 중이다. 온라인 시험 평가의 경우 제대로 된 학습 능력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마땅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1학기 코로나19 사태로 중간고사를 온라인으로 치른 국내 주요 대학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학교 측이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한 공간에 함께 모여 시험을 보거나, SNS로 답을 공유한 사례도 있었다. 또 비용을 주고 대리시험자를 구한 사례도 발견됐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교수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사례가 나오면서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대면 시험을 보되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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