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 늘려 일자리 나누기…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실업률 뚝

입력 2020-06-05 16:53   수정 2020-06-06 01:38

월터는 결국 실업자가 됐다. 디지털 시대에 그에 알맞은 기술을 갖추지 못한 월터는 라이프 잡지의 폐간과 함께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온라인 라이프’에서 월터의 자리를 새롭게 대체할 것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한국 사회도 이런 변화의 물결 앞에 직면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그 결과 쇠퇴하는 산업에선 다수의 실직자가 나오고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상위 500대 기업 고용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2~3월 고용 감소가 가장 뚜렷한 업종은 주로 대면 서비스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유통업에선 1만5604명, 서비스업에선 4851명, 식음료업에선 473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산업 밑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감안하면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3차 추가경정예산(35조3000억원)을 포함해 무려 275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일자리 지키기와 기업 안정, 경기진작에 퍼붓기로 했다. 정부 대책은 경기적 실업에 대응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의 일자리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에 의한 일자리 감소는 단기적으론 경기불황에 따른 충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따라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실업의 대응책인 노동유연화를 동시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독일도 1990년대 동독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1996년엔 재정적자 비율이 유럽연합(EU)의 재정안정 기준인 3%(GDP 대비)를 넘은 3.5%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실업률은 단기적으로만 감소했을 뿐 장기적으로는 계속 올라갔다. 경기를 잠깐 끌어올려도 노동경직성에 의해 분야별 인력 이동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언급한 노동유연화 대책인 ‘하르츠 개혁’을 시행하고서야 만성적인 실업률을 끌어내릴 수 있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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