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뺀 채…53년 만에 '반쪽 개원'

입력 2020-06-05 17:32   수정 2020-06-06 00:16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퇴장한 채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열렸다. 야당을 배제하고 국회가 개원한 건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국회는 5일 임시의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회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선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 앞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교섭단체 의사일정 합의가 없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항의의 표시로 퇴장했다.

국회의장단 선출 표결에는 여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무소속 의원 등 193명이 참가했다. 의장 후보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191표를 얻어 당선됐다. 박 의장은 “21대 국회의 기준은 국민과 국익”이라며 “국회가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과 단호히 결별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몫 부의장 후보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찬성표 185표를 받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부의장에 올랐다. 김 부의장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또 하나의 여성 롤모델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야당 몫 부의장에 내정됐지만 통합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함에 따라 그의 국회부의장 선출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21대 국회, 출발부터 '협치' 실종…巨與 힘자랑에 野 집단퇴장
개원 국회, 예고된 파행


“민주당이 177석을 내세우지만 국민의 42%는 통합당을 지지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5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가 열리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여당이 단독으로 개원한 경우는 1967년 단 한 번뿐”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본회의가 열리고 11분 만이었다.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 열린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결국 반쪽으로 열린 국회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여야 간 기싸움 속에 ‘반쪽’으로 열렸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을 내세우며 개원을 강행했다. 김영진 민주당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21대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법을 준수해 개원하게 된다”며 “새로운 국회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행을 세우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177명과 정의당 국민의당 등 소수 야당 및 무소속 의원 14명 등 총 193명이 본회의장에 남아 국회의장단 선출 표결에 참여했다.

21대 국회의 ‘반쪽 개원’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원(院) 구성 완료 후 교섭단체 간 합의를 거쳐 개원하는 관례를 이어 왔다. 민주당이 88석으로 소수 야당이었던 18대 국회에서도 임기 시작 후 40여 일 만에 여야 간 합의로 개원했다. ‘지각 개원’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소수 야당을 배려하는 전통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177석을 얻은 4·15 총선 이후 국회법을 내세우며 야당과의 합의를 후순위로 미뤘다. 국회법 5조3항에 따르면 첫 임시회는 국회의원 임기 시작 후 7일째 날 열도록 돼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각 개원은 정쟁과 파행으로 이어져 최악의 국회를 만들어왔다”며 “국회 문을 여는 데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같은 조항이 ‘가능한 한 지켜야 한다’라는 ‘훈시 조항’이라며 “지금까지 스무 차례 열린 국회에서 1967년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이유”라고 반박했다.

원 구성도 밀어붙이는 여당

민주당이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국회를 열면서 향후 두 정당 간 원 구성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내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통합당은 상임위원회 배분 등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상임위원장은 본회의 표결을 거치기 때문에 절대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원장 전체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의석 비율대로 상임위원장을 가르는 전통은 민주평화당 김대중 총재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켜져오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켜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짓겠다고 못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 8일까지”라며 “민주당은 법을 지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달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임위 구성이 다음주까지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어붙이기’에 협치는 실종

21대 국회 개원부터 여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도 교착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다음달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처장 임명 등 당장 국회 협조를 얻어야 할 안건들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거대 여당의 독주가 이어지면 국회 현안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게 여당이 갖춰야 할 리더십”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주문한 ‘협치’의 기대를 여당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본회의에서 공식 선출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당을 향해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 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한 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기를 권고드린다”고 했다. 박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을 위해 7일 다시 만나기로 이날 합의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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