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앞뒀는데"…9000원 넘었던 냉면값, 3년 3개월 만에 하락

입력 2020-06-07 10:35   수정 2020-06-07 23:41


나날이 치솟던 외식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일부 외식 메뉴의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격이 올랐지만, 손님들이 끊기면서 자발적인 가격인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지역의 대표 외식품목 8개 중 4개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1월과 비교해 가격이 내렸다. 가장 하락 폭이 큰 것은 냉면이었고, 비빔밥, 자장면, 삼겹살 등도 하락했다.

지난 1월 8769원이었던 비빔밥 가격은 3개월 새 77원(0.9%)이 내려 4월엔 8692원이었다. 자장면 가격도 같은 기간 5154원에서 5115원으로 0.8% 내렸고, 삼겹살 200g 가격도 1만6701원에서 1만6615원으로 0.5% 내렸다. 다만 김밥(1.6%)과 칼국수(2.7%)는 3개월 동안 가격이 다소 올랐다. 삼계탕과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동일했다.

서울 지역의 냉면 가격은 1월만 하더라도 9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월 들어 냉면 가격이 8885원으로 3개월 만에 115원(1.3%) 떨어졌다. 서울에서 냉면 가격이 내려간 것은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3년 3개월여만에 코로나19 여파로 가격이 후퇴하게 됐다.

냉면 가격은 외식 메뉴 중에서도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지난해에는 서울 시내 주요 냉면집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냉면값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 유명 평양냉면집들이 인건비과 임대료,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여름을 앞두고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A식당은 성수기를 앞두고 대표 메뉴인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을 각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2011년 초 이 식당의 냉면 가격은 1만원이었다. 약 8년 만에 40%가 오른 셈이었다.

을지로의 B식당은 최근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유명 평양냉면집인 송파구 방이동의 C식당은 이보다 앞서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의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인상했다. 메밀 100%를 사용했다는 이 식당의 순면 한그릇 가격은 평양냉면보다 더 비싼 1만7000원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외식비 물가가 매달 상승했지만, 올해들어서는 코로나19의 영향에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식당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는 얘기다. 또 손님이 줄면서 인력을 감축하면서 비용부담이 적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이후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외식비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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