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각자 작품을 보면서도 실시간 채팅으로 친구들과 감상평을 주고받았다. 공연 후엔 창작진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이를 통해 공연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다. 온라인 공연의 단점으로 꼽히는 ‘관객과의 소통’ 문제가 일부 해소된 것이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사진)은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공연이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 새로운 공연의 의미와 확장을 연구해야 할 때”라며 “아직은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양방향) 공연의 초보적인 단계지만 이런 시도가 초석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은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러시아 바흐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 등 내한 공연과 ‘화전가’ ‘만선’ 등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공연이 잇달아 취소됐다. “RSC 등 내한 공연은 수년 동안 공들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국내에서 준비하던 ‘화전가’는 오는 8월, ‘만선’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립극단은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단으로서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영지’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4~5월엔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상영회를 열었다. 전염병 확산이란 현재의 상황과 맞닿는 ‘페스트’, 광복 직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전재민 구제소로 모여든 사람들의 삶을 그린 ‘1945’ 등 국립극단의 명작 여섯 편이 상영됐다. ‘페스트’의 누적 조회 수는 5만2000여 건, ‘1945’는 2만2000여 건에 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공연예술 토론회도 온라인으로 연다. 이달 22일과 29일, 다음달 6일 ‘이제 어떻게 연극하지?’라는 제목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부터 공연 영상화에 필요한 기술, 연극계 ‘뉴 노멀’의 양상 등을 논의한다. “최근 연극인들을 만나면 ‘비대면 시대에 연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하는 얘기들뿐이에요. 그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민간 연극단체들도 지원한다.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 민간 극단을 초청해 제작비를 최대 3000만원을 주고, 홍보마케팅과 티켓 판매 등도 지원한다. 이 감독은 “극단이 함께 상생하고 연대하는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며 “티켓 판매 수익도 100% 민간 단체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대적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수십억원 정도가 아니라 수천억원을 들여 ‘디지털 시어터’를 마련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 공간을 조성해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공연 영상의 지평을 여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수준이 뛰어난 만큼 어느 나라보다 이 변화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김희경/사진=허문찬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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